롯데케미칼(011170)이 수익성 악화로 2조450억원 규모의 회사채 기한이익상실(EOD) 위기에 처하면서 내년 자금조달 비용이 한층 불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가올 사채권자 집회에서 웨이버(Waiver·적용 유예)를 받아 이번 고비는 넘길 것으로 보이지만, 내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를 상환할 때는 발행 금리가 오를 것으로 보인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내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롯데케미칼 회사채 규모는 총 9250억원으로 집계됐다. 내년 2월 3100억원, 3월 700억원, 7월 1000억원, 8월 2750억원, 9월 1700억원 등이다. 이들 회사채는 표면이율 1.53~4.78%로 발행했으나 차환 땐 발행 금리가 더 높아질 전망이다. 최근 석유화학 업황이 공급과잉 상태에 빠지면서 롯데케미칼은 지난 6월 국내 신용평가 3사로부터 신용등급 전망 ‘부정적’을 받았다.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전경/롯데케미칼 제공

롯데케미칼은 2013년 9월부터 2023년 3월까지 발행한 회사채 14개에서 최근 EOD 사유가 발생했다. 발행 당시 회사채 재무 약정에는 3개년 누적 평균치로 부채비율 200% 이하를 유지하고,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이자비용’을 5배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는데, 롯데케미칼의 지난 3분기 기준 EBITDA/이자비용은 0.9배였다.

롯데케미칼은 EOD 사유가 발생한 회사채를 가진 기관투자자들과 사채권자 집회 일정을 조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이달 28일 기업설명회를 열고 회사 현황, 재무 이슈 등에 대한 세세한 내용을 채권자들에게 공유하기로 했다.

여러 회사채에서 EOD 사유가 발생했지만, 사채권자 집회에서 EOD를 결의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재무비율 유지 조건 등 사채관리계약 내용을 바꾸고 웨이버를 받아낼 가능성이 크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10월 기준 가용 유동성 자금을 4조원가량 확보한 상태라 원리금 상환에 문제가 없다.

롯데그룹은 충분한 유동성을 갖고 있어 회사채 차환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10월 기준 그룹 전체 총자산은 139조원, 보유 주식 가치는 37조5000억원에 달한다. 그룹 부동산 가치는 10월 평가 기준 56조원이다.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예금도 15조4000억원가량 보유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사업 비중 조절로 구조적인 해결책을 찾고 있다. 현재 업황이 안 좋은 기초화학 부문은 5년 안에 전체 사업 비중의 30% 이하로 낮추고, 첨단소재와 정밀화학, 전지 소재의 비중을 늘린다는 구상이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미래 먹거리인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소재 사업 비중을 높일 수 있도록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