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지주사 SK(034730)㈜가 리밸런싱(사업 구조재편)을 이어가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자산 매각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일시적으로 재무구조가 개선되겠지만, 이차전지(배터리) 사업 수익성 회복에 대한 고민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SK㈜는 올해 안에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에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용 특수가스 제조업체 SK스페셜티를 매각할 예정이다. SK스페셜티는 SK㈜의 100% 자회사로 거래대금은 4조~4조3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올해 들어 SK㈜는 SK렌터카 지분, 베트남 마산그룹 자회사 지분 등을 처분하는 등 본격적인 리밸런싱 작업에 착수했다. 올해 상반기 말 회사의 매각 예정 자산은 4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말 1조3000억원과 비교하면 반년 만에 3배 이상 증가했다.
이번 SK스페셜티 매각이 마무리되면 대규모 현금이 유입되면서, 차입금 부담이 해소될 전망이다. SK㈜의 순차입금 의존도는 지난 2020년 29%에서 2021년 35%, 2022년과 지난해 39%까지 상승했다. 배터리를 비롯한 주요 신사업 투자를 지속한 결과다.
SK그룹의 ‘아픈 손가락’은 4대 핵심 사업(그린·첨단소재·디지털·바이오) 중 하나인 배터리 사업의 수익성 개선 여부다. 배터리 자회사 SK온을 품고 있는 SK이노베이션(096770)을 SK E&S와 합병하면서 재무 악화에 대응하고 있지만, 미국 정책 불확실성이 재차 부각되는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전기차 보조금 폐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실제 보조금이 폐지돼 전기차 수요가 감소하면 재무 기반이 취약한 SK온은 타격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올해 3분기 SK온은 영업이익 240억원을 기록하며 출범 이후 첫 흑자를 달성했지만,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보조금 608억원을 제외하면 여전히 적자다.
배터리를 포함한 그린 부문이 SK㈜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9%로 4대 핵심 사업 중 가장 크다. 다음은 첨단소재(32%), 디지털(17%), 바이오(2%) 순이다. 영업이익으로 보면 첨단소재가 67%로 가장 크고, 디지털(18%), 그린(11%), 바이오(4%)가 뒤를 잇는다.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 등 첨단소재 부문의 수익성이 개선되는 점은 긍정적이다. 반도체 산업 회복으로 머티리얼즈 CIC 특수가스, 산업가스 수요는 늘어나고 있다. SK실트론 역시 내년에도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증가, 신규 고객 확보 등 수혜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