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그룹이 희귀 가스인 네온(Ne)·제논(Xe)·크립톤(Kr)을 고순도로 정제하는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중소 가스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희귀가스 원료인 크루드(Crude) 가스를 고순도로 정제한 뒤 반도체용 특수 가스로 판매하는 사업에서 포스코가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최근 계열사인 포스코중타이에어솔루션을 통해 전남 광양 동호안 부지에 네온 정제를 위한 공장을 착공했다. 포스코중타이에어솔루션은 포스코홀딩스(POSCO홀딩스(005490))와 중국 중타이 크라이오제닉 테크놀로지의 합작 법인이다. 두 회사가 75.1%, 24.9% 비율로 출자해 지난 8월 설립했다.
네온은 공기 중에 약 0.002% 존재하며 흔히 네온 사인이라고 불리는 전광판이나 네온 레이저로 반도체 제조에 쓰인다. 네온보다도 적은 양이 대기 중에 포함된 제논은 다른 가스와 혼합돼 메모리 반도체 공장에서 드라이 에칭(Dry Etching·액체를 쓰지 않고 가스로 부식시키는 것) 과정에 쓰이거나 우주항공 분야의 제논이온엔진 등에 활용된다.
크립톤 역시 대기 중에 미량 존재하며 레이저의 매질(파동을 전달시키는 물질)로 의료·반도체 회로 제작 등의 분야에 쓰인다. 포스코는 제철 공정용 가스 생산에 사용하는 대형 공기 분리 장치(ASU)를 활용해 대기 중에서 이런 가스를 추출한다.
포스코의 광양 희귀가스 공장은 내년 11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간 13만 노멀입방미터(N㎥·섭씨 0도, 1기압에서 기체 부피 단위)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 국내 반도체 시장의 가스 수요 52%를 공급할 수 있다고 포스코 측은 설명했다. 포스코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상업용 크루드 가스를 생산하는데, 포스코중타이에어솔루션을 통해 이를 고순도로 정제하는 사업에도 진출하는 것이다.
포스코는 고순도 가스 사업에 진출하면서 자급이 가능한 크루드 가스에 부가가치를 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포스코는 2022년부터 제철소 산소공장에서 상업용 크루드 가스를 생산해 판매해왔다. 크루드 가스는 순도가 41% 이하인 네온·제논·크립톤 가스를 뜻한다.
포스코로부터 크루드 가스를 공급받아 고순도 가스를 생산하던 업체는 비상이 걸렸다. 대표적인 업체 중 하나는 티이엠씨(425040)다. 티이엠씨는 2022년 포스코와 반도체용 희귀가스 네온(Ne) 기술 국산화 및 생산설비를 개발해 해당 기술의 국산화를 이뤄낸 업체로, 연산 8만4000N㎥ 규모의 설비를 갖추고 있다. 이를 통해 반도체용 특수가스를 만들어 연간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내고 있다.
티이엠씨의 지난해 매출은 2008억원이었고 올해 상반기에는 174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네온, 제논 등 특수 가스를 만드는 다른 업체인 원익머트리얼즈(104830)는 지난해 3917억원의 매출액을 올렸고, 올해 상반기 1518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비상장사인 디아이지에어가스는 지난해 매출액 7312억원을 기록했다.
포스코는 반도체용 특수가스 제품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고순도 가스를 반도체 등 첨단 산업용 특수 가스 제품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정제 설비 외에도 다양한 시설이 필요해 이 시장에 진출한다 해도 최소 3년 이상은 걸릴 수 있다.
한 가스업계 관계자는 “포스코중타이에어솔루션이 광양에 짓는 공장 규모는 매우 큰 규모”라면서 “포스코가 구체적인 사업 전략을 공개하지 않아 추정하기 어렵지만, 네온을 활용해 특수 가스를 만들거나 고순도 네온을 공급하는 업체에는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