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대형 인공위성 사업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아온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이 최근 소형 위성 분야에 힘을 싣고 있다. 빠르게 성장하는 글로벌 소형 위성 시장에서 사업 기회를 찾고, 우리 군의 초소형 위성 사업 수주 경쟁력도 높이겠다는 의도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KAI는 최근 위성통신 탑재체 및 항공·방산 전자 기업 제노코(361390)의 지분 37.95%를 약 545억원에 취득하며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제노코는 국내에서 개발·발사된 여러 위성의 탑재체 구성품과 본체 통신장비를 개발·생산해 왔다. KAI가 생산한 차세대 중형 위성 등에도 통신장비 핵심 구성품을 납품한 이력이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우주센터에서 연구진이 중형 위성을 살펴보고 있다./KAI 제공

KAI의 이번 인수는 소형 위성 분야 역량 강화를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KAI 관계자는 “향후 위성시스템 체계종합과 중대형 위성 개발 담당은 KAI가 맡고, 제노코는 초소형 위성 체계와 핵심 부품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소형 위성은 중·대형 위성과 비교해 개발 비용이 적고, 개발 기간이 짧으며 발사 비용도 낮출 수 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위성 기술력이 높아짐에 따라 비교적 작은 크기의 위성도 임무 수행이 가능해지면서 관련 수요가 늘고 있다.

특히 소형 위성 수십대를 한 궤도에 동시에 올려 활용하면 관찰 목표 지점의 정보를 비교적 짧은 주기마다 갱신할 수 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프로스트 앤드 설리번(Frost&Sullivan)에 따르면 500㎏ 미만 소형 위성은 오는 2033년까지 2만기 이상 발사될 것으로 전망됐다.

국내에서도 초소형 군용 위성 관련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KAI와 한화시스템(272210)이 수주를 놓고 경쟁 중이다. 국방중기계획에 따르면 우리 군은 2028년부터 40~50개의 초소형 군집위성을 차례로 궤도에 올려 북한 감시 주기를 30분까지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방과학연구소(ADD)는 지난해 5월 KAI, 한화시스템과 각각 670억원(K모델), 679억원(H모델) 규모의 초소형 SAR(합성개구레이더·Synthetic Aperture Radar) 검증 위성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두 회사는 2027년 6월까지 실제 우주로 발사해 성능을 검증할 위성을 납품하며, ADD는 평가를 통해 실제 사용될 군집위성 개발을 최종 주관할 업체를 선정하고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KAI 사천 본사 우주센터에 민간 최초로 구축된 위성체 시험용 대형 열진공 챔버(Thermal Vacuum Chamber) 개념도. / KAI 제공

지금까지는 한화시스템이 소형 위성 분야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지난해 12월 제주도 남쪽 해상에서 자체 개발한 100㎏급 소형 SAR 위성을 발사해 지상 650㎞ 궤도에 성공적으로 올렸고 쌍방 교신에도 성공했다.

KAI는 지난 30년간 다목적 실용위성, 정지궤도위성, 차세대 중형위성 등 다양한 중·대형 위성 개발 사업에 참여한 경험과 노하우를 소형 위성에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회사는 지난 7월 사천 본사 우주센터에 민간 최초로 4톤(t)급 대형 열진공 체임버(Thermal Vacuum Chamber)를 구축하며 초소형 SAR 위성의 동시 시험 체계 기반을 마련했다. 열진공 체임버는 지상에서 진공·극저온·고온 등 우주 환경을 모사해 주는 장비다.

KAI 관계자는 “향후 전자파 시험 시설을 추가로 확보해 설계부터 제작 및 환경시험에 이르는 위성 개발 전체 프로세스를 한 곳에서 진행할 수 있는 우주센터를 완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