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한·미 조선업의 협력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국내 조선업의 미국 시장 진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국의 세계적인 건조 군함 능력을 잘 알고 있다. 선박 수출뿐만 아니라 보수, 수리, 정비 분야(MRO·Maintenance, Repair and Overhaul)에서도 긴밀하게 양국 협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 조선사는 미국 함정 MRO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한화오션(042660)은 올해 하반기 국내 조선사 중 처음으로 미국 해군과 MRO 계약을 체결했다. 거제사업장에서 4만톤(t) 규모의 미 해군 군수지원함 창정비 사업을 진행한다. 한화오션은 지난 6월 1380억원에 인수한 미국 필라델피아의 필리(Philly) 조선소를 활용해서도 MRO 사업을 영위하겠다는 방침이다. 해당 조선소는 지금까지 석유화학제품운반선(PC선), 컨테이너선 등 상선을 전문적으로 건조하고 있었다.
HD현대중공업(329180)도 지난 7월 미국 해군 보급체계사령부와 함정정비협약(MSRA)을 체결해 향후 5년간 미국 해상 수송사령부의 지원함과 미 해군 전투함에 대한 MRO 사업 입찰 참여 자격을 얻었다. HD현대중공업은 내년부터 미국 함정 MRO 사업에 본격적으로 참여할 계획이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7월 서울대·미국 미시간대와 함께 조선산업 인재육성을 위한 교육 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도 했다. 미국의 조선 산업이 붕괴한 상황이라 인적 교류를 통해 미국과의 협력 관계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조선업계는 미 해군 함정 MRO 사업이 향후 새로운 매출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 해군 함정 MRO 시장은 연간 20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미국 내 액화천연가스(LNG)·액화석유가스(LPG) 수출이 늘면 관련 운반선 건조에 강점을 가진 국내 조선업계가 수혜를 볼 것이란 전망도 있다. 삼정KPMG는 “미국 제조업 활성화를 위한 수단으로 LNG·LPG 수요 및 수출 증가가 기대된다”며 “(LNG·LPG) 운반선 건조에 강점을 지닌 한국 조선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된다”고 예상했다.
KPMG는 LNG 해상 물동량이 2021년 3억8000만톤(t)에서 2025년에 4억4100만t이 될 것으로 봤다. 같은 기간 LPG 해상 물동량은 1억1300만t에서 1억3800만t으로 예상했다. 미국의 수출량 역시 같은 기간 LNG는 6900만t에서 1억200만t으로, LPG는 5000만t에서 6500만t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3년치 일감이 차 있는 상태라 추가적인 발주가 들어오면 그 이후 일감이 되겠지만, 보호무역기조가 강해지면 물동량이 줄어들 수 있어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