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방산물자 수출 시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방위사업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추진하자 방산업계가 우려하고 있다. 연간 수백건에 달하는 수출을 일일이 허가받아야 해 제 때 수출이 불가능해지는 데다 기밀유지가 어려워져 해외 국가가 한국산 무기 구매를 주저할 수 있기 때문이다.

6일 방산 업계에 따르면 방산물자 수출 유관부서인 국방부와 외교부, 방위사업청(방사청) 등은 민주당의 법안에 대해 국회에 제출할 의견을 취합하고 있다. 수출국과의 외교 관계나 수출 예정 사항 등 다양한 관점에서 개정안을 검토하고 있다. 주요 방산물자를 수출하기 전에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한 조항이 포함된 이 개정안은 지난 8월에 발의됐는데, 민주당은 지난 4일 당론으로 채택했다.

폴란드 20기계화여단이 운용 중인 K2 흑표(Black Panther). / 폴란드 군수청 제공

해당 개정안에는 ‘안전 보장에 관한 조약을 체결한 국가 또는 국가 외의 자’를 예외로 한다는 단서 조항이 있다. 한국이 맺은 안전 보장 관련 조약은 미국과 맺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유일하다. 향후 미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에 방산물자를 수출할 경우 이 개정안이 적용된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방산물자 수출 허가는 1년에도 수백건씩 이뤄진다. 그 모든 수출 허가를 검토할 정도의 역량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방위사업법 개정안 추진 근거로 미 의회보다 국회의 방산수출 통제권이 열악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대표 발의자인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제안 이유를 통해 “‘무기수출통제법’에 따라 대통령은 대외 군사 거래에 대해 의회에 공식적으로 통보해야 한다”며 “미국 의회가 ‘무기 거래 비승인 공동 결의안’을 채택하면 미국 정부는 수출허가서를 발급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회의 통제권 강화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단순 비교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은 국방부나 국무부가 방산수출을 기본적으로 관리한다. 미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수출은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으로 진행된 계약이다. FMS는 미 정부가 품질을 보증한 방산업체의 무기나 장비를 우방국에 수출하는 정부 간 직거래 계약을 말한다. 1400만~2억 달러 등 일정 금액 이상일 경우 FMS 방식으로 거래해야 한다. 모든 수출이 대상이 아닌 것이다.

방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FMS 제도 도입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국가 핵심 기술을 유출하지 못하도록 막기 위한 게 크다”며 “민주당의 개정안 같은 사례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방위산업에 제동을 걸려는 시도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천궁2 지대공 요격 미사일/LIG넥스원 제공

입법기관이 산업계를 통제하려는 시도라는 지적도 있다. 방산업계의 한 전문가는 “수출 과정에서 신속을 요하는 경우도 많다. 늦어지면 경쟁국에 수주를 빼앗기게 될 것”이라며 “이 입법안이 전례로 남으면, 향후 반도체나 인공지능(AI) 수출에도 국회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할 수도 있다. 행정부에 이어 입법부까지 이중 규제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개정안이 통과되면 다른 국가가 한국산 무기 구매를 꺼릴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거래의 기밀성을 유지한다고 했지만, 의사결정 공개가 국회의 원칙인 만큼 유출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방산 전문가는 “방산수출은 곧 외교 관계를 의미한다”며 “보안상의 이유로 공개가 어려운 내용이 많은데, 개정안이 통과되면 국가 간 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른 국가들이 구매를 망설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