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컨테이너선 발주가 크게 늘면서 한국과 중국 조선사들이 막판까지 치열한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인도 물량이 늘면서 선복량(배에 실을 수 있는 화물의 총량)은 증가했으나, 홍해 사태 등의 영향으로 수요가 공급보다 많아 신조선가(배를 새로 건조할 때의 가격) 역시 오르는 중이다.
영국 컨설팅 업체 MSI(마리타임 스트래직스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올해 컨테이너선 발주량은 8월말 기준 250만TEU(20피트 컨테이너 1개 크기)로, 지난해 연간 발주량 160만TEU를 이미 크게 넘어섰다. 연간 신조 발주량은 올해 336만TEU에서 내년에 99만TEU로 줄었다가 2026년 130만TEU, 2027년 159만TEU, 2028년 163만TEU 등으로 다시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컨테이너선 인도량은 1분기 73만TEU, 2분기 92만TEU로, 8월까지 누적으로 210만TEU 수준이다. 선박 크기별로는 1만2000TEU 이상 대형 선박이 60%, 중형 선박이 24%, 3900TEU 이하 소형이 16%를 차지하고 있다. 연간 인도량은 올해 281만TEU, 2025년 205만TEU, 2026년 145만TEU, 2027년 212만TEU, 2028년 217만TEU로 예측된다.
이에 반해 노후 컨테이너선의 해체량은 적다. 1분기 2만8000TEU, 2분기 2만3000TEU, 7~8월 1만4000TEU 등이다. 인도는 많고, 해체는 적다보니 컨테이너 선복량은 증가 추세다. 8월말 기준 전체 컨테이너 선대는 2023년 말보다 6.5% 늘었다. 올해말 기준으로는 9.7% 늘어날 전망이다.
선복량은 늘고 있으나 컨테이너선 수요는 여전히 많다. 홍해 사태 등으로 항로를 우회하면서 컨테이너선의 평균 운항 거리가 길어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해운 운임도 높은 수준을 보이고, 새 컨테이너선을 건조하려는 흐름도 여전하다. 컨테이너선 신조선가도 고공행진 중이다. 1만5000TEU급 컨테이너선 가격은 올해 9월 기준 척당 2억200만달러(약 2780억원)로, 4년 전보다 90.5% 뛰었다.
한국과 중국 조선사의 컨테이너선 수주 경쟁도 올 연말까지 치열할 전망이다. 한국 조선사들은 대형 친환경 컨테이너선의 기술력에서 우위를 보인다.
한화오션(042660)은 최근 유럽 선사로부터 1만5000TEU급 액화천연가스(LNG) 이중연료(DF·Dual Fuel) 컨테이너선 6척을 1조6900억원에 수주했는데, 컨테이너선 수주는 2022년 1월 이후 2년 9개월 만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선가 상승으로 수익성이 확보돼 수주한 것”이라고 말했다.
HD한국조선해양(009540)은 지난 7월 유럽 선사로부터 1만5500TEU급 LNG DF 컨테이너선 12척을 3조6832억원에 수주했다. 곧 2만400TEU급 메탄올 DF 컨테이너선 수주 계약도 앞두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들어 9월까지 22척의 컨테이너선을 수주했다. 삼성중공업(010140)도 메탄올 DF 컨테이너선 계약이 유력하다.
중국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올해 전 세계 컨테이너선 발주 물량의 80%를 가져갔다. 중국 최대 민영 조선사 양쯔장조선은 선사 두 곳으로부터 최근 28척의 LNG DF 컨테이너선을 수주했다. 수주액은 총 58억달러(약 7조9813억원)에 달한다.
중국 조선 업계는 친환경 선박 건조 비율을 높이면서 2만4000TEU급 이상 대형 컨테이너선 기술 개발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