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압 변압기 약 20대를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규모입니다. 당장 내일부터 본 생산에 들어갈 준비가 끝났습니다”

지난달 31일 충남 홍성군 종합 중전기(重電機) 업체 일진전기(103590) 초고압 변압기 증설공장. 아파트 8~10층 높이로 지어진 공장 내부에는 200톤(t) 규모 크레인부터 권선, 철심, 진공 건조, 전압·충격 시험 등 변압기 생산 공정에 필요한 각종 설비가 곳곳에 들어서 있었다. 한현구 일진전기 변압기 생산팀장은 “가장 수요가 많은 154킬로볼트(㎸)급 변압기를 주로 생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충남 홍성군 일진전기 초고압 변압기 공장 전경. /권유정 기자

이날 일진전기는 초고압 변압기 증설공장을 준공했다. 일진전기는 지난해 9월 682억원 규모 초고압 변압기 공장 증설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2013년 가동된 기존 홍성공장 부지에 신공장을 설립하는 방식으로, 지난 1년 동안 공사가 진행됐다. 기존 공장과 신공장 규모는 각각 1만6500㎡(약 5000평) 안팎이다. 현재 초고압 변압기 생산능력은 약 2600억원 규모로 2026년에는 4330억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한 팀장은 “초고압 변압기 생산 공정은 상당히 까다롭고, 세밀한 수작업이 필요해 자동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변압기마다 도안이 달라서, 이를 숙지하고 작업할 수 있는 숙련공이 많이 필요하다. 두 공장을 합치면 약 350명의 생산 및 설계 인원이 근무하게 된다”고 말했다.

충남 홍성에 위치한 일진전기 초고압변압기 증설공장 내부에 설치된 크레인. /권유정 기자

일진전기는 이번 증설로 북미, 중동, 유럽 등 해외를 중심으로 급증하는 초고압 변압기 수요에 대응할 계획이다. 전세계적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움직임 속에 재생에너지 사용이 늘고 인공지능(AI) 발전에 따른 데이터센터 증설 등이 맞물리면서 전력 사용량은 가파르게 늘고 있다. 여기에 노후화된 변압기 교체 수요도 있다.

현재 일진전기의 변압기 생산 물량 중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60%다. 이날도 신공장에서 도보로 2~3분 거리에 있는 기존 공장에서는 해외로 나갈 초고압 변압기 생산 작업이 한창이었다. 미국으로 수출하는 변압기는 뼈대에 가공된 코어(철심)를 층층이 쌓는 작업이 진행 중이었고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파나마 등에서 주문한 변압기는 조립이 거의 마무리된 상태였다.

일진전기가 지난달 31일 충남 홍성 초고압 변압기 증설 공장 준공식을 개최했다. /권유정 기자

초고압 변압기 수요가 늘면서 일진전기 실적은 고공행진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대비 7% 증가한 1조2467억원, 영업이익은 93% 증가한 608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번 공장 증설 효과가 본격화하는 내년에는 매출액 1조5000억원, 영업이익 1000억원을 기대하고 있다.

31일 열린 준공식에는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을 비롯해 허정석 일진홀딩스 부회장, 황수 일진전기 대표, 서철수 한국전력(015760)공사 전력그리드본부장(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허 회장이 장남인 허 부회장이 이끄는 일진전기 홍성공장을 찾은 것은 지난 2015년 이후 처음으로 향후 사업 추진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