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현대제철(004020)의 중국산 후판(두께 6㎜ 이상인 두꺼운 철판) 반덤핑 제소에 대한 정부 조사에 협조 중이라고 밝히면서 중국의 밀어내기 수출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제재가 나올지 주목된다. 중국 철강사들이 남아도는 제품을 저가로 팔아넘기면서 한국 철강업계는 최근 몇 년간 보릿고개를 걷고 있다.

포스코홀딩스(POSCO홀딩스(005490))는 지난 30일 열린 컨퍼런스콜(컨콜·다중전화회의)에서 “불공정한 무역행위에 대응하기 위해 반덤핑 제소의 필요성 또는 가능성에 대해서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불공정 무역행위에 기반한 수입재 범람으로 국내 철강업 피해가 심각하다는 점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4고로. /포스코 제공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는 현대제철의 신청을 받아들여 중국 후판 업체들을 상대로 반덤핑 조사를 시작했다. 후판은 주로 선박·건축자재·기계용으로 쓰인다. 무역위원회는 예비조사, 본조사를 거쳐 중국산 후판에 대한 관세 부과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지금까지 고객사나 협력사들과의 관계를 의식해 중국산 철강에 대한 언급을 아껴왔다. 철강재 중 열연강판을 원재료로 수입하는 국내 제강사들은 철강사가 값싼 중국산 철강을 견제하는 것이 반갑지 않기 때문이다.

철강업계는 중국산 후판에 이어 다른 철강재에 대해서도 반덤핑 제소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은 컨콜을 통해 열연강판·형강 등 다른 수입 철강 제품에 대해서도 추가로 반덤핑 관세 부과 제소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포스코는 “한국 철강업계 보호를 위해 다방면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현대제철 인천공장의 전기로. /현대제철 제공

한국 철강업계의 전망은 밝지 않다. 중국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발표하며 자국 건설 경기 회복에 투자하고 있으나,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이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강화하면서 대선 이후 한국 철강 제품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사의 실적은 여전히 내림세다. 지난 3분기 포스코 매출과 영업이익은 9조4800억원, 440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15%, 39.7% 줄었다. 현대제철은 3분기에 매출액 5조6243억원, 영업이익 51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5%, 77.5%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