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침체가 길어지는 가운데, 차별화된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춘 금호석유(011780)화학(금호석화)이 올 3분기 석유화학 ‘빅4′ 기업 중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금호석화는 주력 제품인 합성고무의 우호적인 업황에 힘입어 실적 개선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3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064850)에 따르면 금호석화는 올해 3분기 매출 1조8817억원, 영업이익 94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24.87%, 영업이익은 12.65% 증가하는 것이다. 전망치대로라면 금호석유화학은 96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가게 된다.
동종 산업을 영위하는 LG화학(051910)은 3분기 석유화학 부문에서 382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한화솔루션(009830) 케미칼 부문도 310억원의 적자를 냈고,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롯데케미칼(011170)은 1000억원대 적자가 예상된다.
이 같은 실적 격차는 주력 제품군에서 비롯했다. 석유화학은 생산하는 제품에 따라 업스트림과 다운스트림 산업으로 나뉜다. 업스트림은 석유화학 공정의 첫 단계로 나프타를 분해해 에틸렌, 프로필렌 등 기초유분을 만든다. 다운스트림은 기초유분을 다시 분해해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합성고무 등 정밀화학제품을 생산한다.
롯데케미칼, LG화학, 한화솔루션 등은 대규모 장치산업인 NCC(나프타 분해 설비)를 보유해 업스트림 제품을 직접 생산한다. 과거 NCC는 꾸준한 수익을 가져오는 캐시카우(현금 창출원)이었으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국이 공격적인 NCC 증설에 나서면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했다. 반면 금호석화는 다운스트림 제품만 생산해 손실 규모를 줄일 수 있었다.
특히 금호석화가 주력으로 생산하는 합성고무는 꾸준한 수요를 바탕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다. 회사는 병원과 연구소, 자동차 및 전자제품, 생활용품(주방용·위생 장갑) 등에 쓰이는 합성고무 NB라텍스(NBL) 분야에서 전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약 25%)를 기록 중이다. 올해 4분기 NBL 생산 라인 증설이 마무리되면 연간 최대 생산량이 기존 71만톤(t)에서 94만6000t으로 확대된다.
향후 수출 전망도 밝다. 중국 장갑 수출 업체들이 FDA(미국 식품의약)의 수입 경보 목록에 포함되면서, 한국 NBL 수출 최대 시장인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주문이 다량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3분기 우리나라의 NBL 수출 물량은 22만t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 늘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의료용 장갑 수요가 늘어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던 2021년 1분기(22만8000t)와 근접한 수준이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내년부터 중국산 장갑에 관세 50%를 부과하고, 이 비율은 2026년 100%로 확대된다”며 “향후 몇 년간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지역 장갑 업체들의 미국 수출이 확대됨에 따라 한국의 NBL 수출량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