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해운사 완하이라인이 HD현대삼호와 삼성중공업(010140)에 1만6000TEU(20피트 컨테이너 1개 크기)급 메탄올 이중연료(DF) 추진 컨테이너선을 각각 4척씩 발주했다. 메탄올 추진선은 올해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중국이 독식했는데, 선가가 오르고 중국의 건조 능력이 한국보다 낮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한국 조선사로 발주가 옮겨지고 있다.
완하이라인에 따르면 HD현대삼호가 수주한 4척의 메탄올 DF 컨테이너선 가격은 1억8649만~2억400만달러(약 2580억~2823억원), 삼성중공업은 1억8763만~2억400만달러(약 2595억~2823억원)이다. 인도 시기는 밝히지 않았다.
완화이라인은 지난 8월에도 대만 및 한국 조선사에 8700TEU급 메탄올 DF 컨테이너선 20척을 발주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4척을 HD현대삼호가 수주했다. 척당 선가는 1억1350만~1억3041만달러(약 1570억~1805억원)로, HD현대삼호는 총수주액이 6746억원이라고 밝혔다. HD현대삼호 전남 영암 조선소에서 건조돼 2027년 5월 인도할 예정이다.
메탄올 추진선은 액화천연가스(LNG)에 비해 탄소 배출이 적고 상온 저장이 가능해 비용이 덜 드는 게 장점이다. 지난해 발주된 298척의 대체연료 추진선(메탄올·LNG 운반선 제외) 중 메탄올 추진선은 138척(LNG 추진선 130척)으로 가장 많았다. 메탄올 추진선 중 컨테이너선은 106척으로 전체의 76%를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공급 안정성이 뛰어난 LNG가 다시 주목받기 시작됐다. LNG가 연소될 때 대기 중으로 메탄이 방출되는 현상도 해결돼 LNG 선박이 친환경 선박의 대세로 자리잡았다. 한국 조선사들도 선가가 높은 LNG 선박에 집중하면서 메탄올 추진선 수주 활동은 거의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발주된 메탄올 추진선 38척 중 36척을 중국이 싹쓸이했다.
한국 조선사는 최근 메탄올 추진선의 가격이 LNG 추진선에 육박할 정도로 오르자 다시 수주에 나서고 있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업체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메탄올 DF 추진선의 신조선가는 평균 1억9500만달러(약 2700억원) 수준이고, LNG DF 추진선은 2억400만달러다.
HD현대삼호와 삼성중공업의 이번 수주액 역시 척당 가격이 최대 2억400만달러에 달해 한화오션이 지난 9일 수주한 LNG 추진선(2억1000만달러)에 맞먹는다.
중국 조선사의 메탄올 추진선 건조 능력은 한국에 비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글로벌 2위 해운사 머스크는 최근 중국선박공업그룹(CSSC) 자회사 황푸엔청조선소에 발주한 3500TEU급 메탄올 추진선 15척의 주문을 연기했다. 하반기에 건조 재개가 예상됐지만, 머스크는 중국 조선사가 충분한 설계 기술을 확보할 때까지 건조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