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7일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건설의 우선협상자로 선정되고 나서 약 3개월간 60번 가까이 체코 측과 본계약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내년 3월 본계약 체결을 위한 세부적인 합의를 실무선에서 논의하고 있습니다.”

장민환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체코 프라하사무소장은 지난 12일(현지 시각)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프랑스 등을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에 대해 “충분히 자신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수원의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 등이 체코 측이 요구한 ‘On time On budget’(정해진 시기와 예산에 맞춰 건설) 수요와 맞아떨어졌다.

장 소장은 “한수원은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을 적기에 적정 예산으로 건설·가동한 경험이 있다. 경쟁사인 프랑스와 미국은 사업이 지연되면서 사업비가 최대 6배 이상 증가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장민환 한국수력원자력 체코 프라하사무소장이 체코 원전 수주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박성우 기자

프랑스 전력공사(EDF)가 건설한 플라망발 3호기는 2007년 건설을 시작해 2012년에 완공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건설이 지연되면서 예정보다 12년 늦은 지난달에야 가동에 들어갔다. 그사이 건설 비용도 33억유로(약 4조원)에서 132억유로(약 19조원)로 4배가 늘었다. 또 EDF가 핀란드에 건설한 올킬라우토 3호기 역시 30억유로(약 4조1000억)에 계약했지만, 최종 사업비는 110억유로(약 14조9000억원)로 3.6배 증가했다.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건설한 보글 3~4호기는 2016년 가동 예정이었지만 7년이 늦어지면서 사업비가 배 이상 증가했다.

장 소장은 “사업 기간이 지연되면 건설비가 급증하지만, 중단하면 기존 투자금이 매몰 비용이 되기 때문에 건설을 지속할 수밖에 없다”며 “체코 측에서도 이런 점을 우려했고 여러 측면을 고려해 한수원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장 소장과의 일문일답.

─한국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배경은.

“입찰서는 약 2만장으로 구성됐다. 입찰서를 만드는데 200명의 엔지니어가 1년 가까운 시간을 준비했다. 발주사의 입찰 요건 분석, 공급 제안, 방식, 사업관리, 가격 등을 결정하면서 과거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기업들과도 협의했다. 발주사가 가장 중요하게 평가했던 점은 ‘적기 공급과 적정 예산(On time On budget)’이었다. 우리의 제안서를 비롯해 대한민국과 한수원이 8년 넘게 쌓았던 브랜드와 진정성이 긍정적으로 평가된 것 같다.”

─야당은 덤핑 수주라고 비판한다.

“공사 비용에서 핵심은 인건비다. 원전 건설은 설계, 기자재 제작, 건설인데, 모두 인력을 기반으로 한다. 인건비는 한국이 미국이나 프랑스보다 싸다. 블룸버그 NEF가 2018년에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원자력 발전소 건설 비용은 킬로와트(㎾)당 3717달러로 프랑스(7809달러)나 미국(1만1638달러)보다 크게 낮았다. 현재 이 격차는 더 벌어졌을 것이다.

현대건설(000720), 삼성물산(028260), 대우건설(047040) 등 국내 건설사의 시공력은 전세계 최고 수준이다. 기자재 분야도 두산에너빌리티(034020), 효성중공업(298040) 등 글로벌 기업이 많다. 미국과 프랑스는 원전을 건설하려면 새로운 기자재 업체들부터 찾아야 한다. 비용과 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협의 과정은 어땠나.

“한수원은 총 3차례의 입찰서를 내는 과정에서 단 한 번도 기한 연장 없이 약속을 지켰다. 반면 경쟁사는 여러 차례 기한 연장을 요청했다. 문서 마감과 소통까지 적기 공급이라는 요건을 맞춘 것이다. 발주사의 질의답변 회의에도 80명의 엔지니어를 투입해 발주사의 궁금증이 해결될 때까지 답을 제공했다.

한국은 입찰이 시작되기도 전인 2019년에 체코 사무소를 세웠다. 경쟁사들은 2022년, 2023년에 개소했다. 한수원은 8년 전부터 현지 아이스하키팀을 후원하고 코로나 기간에는 마스크 등도 지원했다. 이런 노력과 진정성이 체코 정부에 신뢰를 준 것 같다.”

─체코가 원전을 원하는 이유는.

“체코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제조업 중심 국가다. 그간 석탄 등 화력발전을 많이 사용했는데 탈탄소를 위해 석탄 발전소를 줄이고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늘렸다. 하지만 전쟁으로 가스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원전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다른 유럽 국가보다 먼저 원전 입찰을 시작했다. 체코 정부의 전력 전망 보고서를 보면 석탄발전소를 폐쇄하는 2030년 초반이 되면 체코는 전력 수출국에서 수입국으로 지위가 바뀐다. 체코의 산업 경쟁력을 위해서는 원전이 필요한 상황이다.”

─체코 원전 2기 추가 수주 가능성은 얼마나 되나.

“현재 두코바니 5~6호 2기의 본계약을 준비하고 있고 제안서에는 테멜린 2기에 대한 옵션도 있다. 체코 정부가 향후 테멜린 원전을 추진하면 한국에 먼저 기회를 주겠다는 내용이다. 체코의 장기 전력 수급 전망에는 테멜린 3~4호기가 반영돼 있다. 두코바니 원전 공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면 테멜린 원전도 추가로 수주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유럽 수출 확대 가능성은.

“체코를 시작으로 유럽 확장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안보를 위해 원전을 강화하고 있다. 유럽연합(EU) 27개국 중 14개국이 원전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아직은 초기 단계지만 원전 르네상스가 다가오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기 어렵지만 여러 EU 국가와 소통하고 있다.”

─팀코리아로서 정부의 역할은.

“그간 정부의 지원이 측면 지원이었다면, 지금은 전면 지원이 됐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체코 정부의 마음을 얻기 위해 5번이나 체코를 방문해 수출 의지를 보여줬다. 작년엔 한덕수 총리가 방문했고 지난 9월에는 윤석열 대통령께서 직접 체코를 찾아 마지막 협상에 힘을 실어줬다. 한수원을 비롯해 정부, 기업 등 팀코리아의 역할이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