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울산 울주군 온산읍에 있는 S-Oil(010950)(에쓰오일) 온산공장에는 국내 석유화학 역사상 최대 규모인 ‘샤힌 프로젝트’ 공사가 한창이었다. 아랍어인 ‘샤힌(Shaheen)’은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조인 ‘매’를 뜻한다. 에쓰오일의 최대주주는 사우디의 아람코다.

축구장 123개를 붙여놓은 크기인 88만1000㎡(약 26만6500평) 부지에는 폴리머 공장, 저장탱크, 스팀 크래커 등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 생산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에쓰오일은 이 사업에 9조2580억원을 투자한다.

지난해 3월 첫 삽을 뜬 후 이날까지 전체 EPC(설계·구매·건설) 공정의 40%를 완료했다. 2026년 6월 준공이 목표다. 핵심 설비인 스팀 크래커는 10기 중 8기를 세운 상태다. 가로 10m, 세로 40m, 무게 3200톤(t)의 초대형 설비가 2기씩 마주 보고 네 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 스팀 크래커는 나프타∙LPG(액화석유가스) 등의 원료를 850℃의 열로 분해해 에틸렌, 프로필렌 등의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설비다. 샤힌 프로젝트의 스팀 크래커는 연간 180만t의 에틸렌 생산능력을 보유해 단일 설비 기준 세계 최대다.

샤힌 프로젝트가 완공되면 에쓰오일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석유화학 비중이 현재 12%에서 25%로 확대된다. 올해 상반기 에쓰오일 매출액은 18조8793억원으로 석유화학 부문은 2조4052억원(12.8%)이었다. 박성훈 공장지원부문장은 “샤힌 프로젝트는 에쓰오일의 (체질을 바꿀) 명운이 달린 사업”이라고 말했다.

울산시 온산국가산업단지 내 S-OIL 샤힌 프로젝트 건설 현장. /S-Oil 제공

◇ 아람코 첨단 기술 TC2C… 온산 공장에 첫 적용

샤힌 프로젝트에는 아람코의 첨단 기술 TC2C(Thermal Crude-To-Chemicals)가 세계 최초로 도입된다. TC2C는 원유에서 바로 나프타, LPG 등 석유화학 원료를 뽑아내는 기술이다. 원유, 저부가가치의 중질유에서 직접 석유화학 원료로 전환해 스팀 크래커에 효율적으로 공급한다.

TC2C를 쓰면 기존 화학연료(납사)보다 저렴하게 석유화학 원료를 얻을 수 있다. 공정이 단순하고, 에너지 전환 효율이 높아 기존 설비와 비교해 경쟁력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탄소배출 저감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정동건 프로젝트 구매·관리·조정부문장은 “석유화학 원료용 유분의 수율을 70% 이상 생산할 수 있는 신기술”이라며 “기존의 전통적인 생산 공정과 비교해 원유부터 에틸렌 생산까지의 배출량이 현격히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 샤힌 프로젝트, 울산 경제에도 도움

샤힌 프로젝트에는 현대건설(000720), 현대엔지니어링, 롯데건설, DL E&C 등 4개의 건설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다. 협력사, 설비 제작사들도 대거 참여해 현재 현장을 오가는 출입 인원만 하루 4200여명에 달한다. 인력이 많이 필요한 내년 3분기쯤에는 1만4000여명이 현장에 투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외부에서 관여하는 인원까지 고려하면, 1만7000여명이 샤힌 프로젝트에 투입된다.

현장 주변에 유동 인구가 증가하면서 소매업, 음식점, 숙박업 등도 활기를 띠고 있다. 울산시에 따르면 온산읍과 온양읍의 유동 인구는 2021년 월평균 10만3000명에서 2023년에는 12만3000명으로 늘었다. 이 기간 카드매출은 온산읍이 19%, 온양읍은 15.7% 늘었다.

온산·온양읍 내 공실은 3635실에서 2078실로 줄었고, 세대 수는 2021년 6월 2만2748가구에서 2023년 6월 2만4357가구로 7.1%(1609세대) 증가했다.

S-Oil 관계자는 “샤힌 프로젝트 완공 후에도 400명 이상을 상시 고용하고, 총 3조원 규모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대형 프로젝트 사업 유치가 지역 사회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긍정적인 사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