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인사를 앞두고 주요 그룹 간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반도체·배터리·전자 사업을 중심으로 실적이 좋지 않은 삼성전자(005930), SK(034730)그룹, LG(003550)그룹은 조직 개편 등 강도 높은 인사가 예상된다. 반면 작년에 이어 올해도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보이는 현대차(005380)그룹은 성과 보상 원칙에 따라 대규모 승진 인사가 뒤따를 전망이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계열사별 임원 규모를 20% 이상 감축하기로 하고 본격적인 인적 쇄신 작업에 돌입했다. SK그룹의 인사 방향은 이달 31일부터 11월 2일까지 열리는 ‘CEO 세미나’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SK 관계자는 “획일화된 기준은 없지만 불확실성이 큰 경영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다. 그룹사별로 임원 감축 규모는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SK에코플랜트는 SK그룹 계열사 중에서 가장 먼저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 17일 반도체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첨단기술 사업 조직을 신설했다. 조직 개편 과정에서 기존 임원 17명이 물러나고 신규 임원으로 1명만 승진했다. 6월말 기준 SK에코플랜트의 전체 임원은 66명이었는데, 약 26%가 줄어든 것이다. 지난 7월에는 박경일 SK에코플랜트 대표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SK텔레콤(017670)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예상된다. SK텔레콤은 직원 1인당 최대 3억원을 주는 퇴직 프로그램을 가동한 것으로 전해진다. 11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인 배터리 계열사 SK온은 사상 첫 희망퇴직과 무급 휴직을 한다. 희망퇴직으로 충분한 인원 감축이 이뤄지지 않으면 구조조정도 불가피하다는 분위기다. 다음달 1일 합병법인 출범을 앞둔 SK이노베이션(096770)과 SK E&S의 임원 인사 역시 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2년 연속 11월 인사 가능성이 거론된다. 삼성은 통상 12월 초에 사장단·임원 인사에 이어 조직개편을 해왔다. 하지만 반도체 위기 속에 작년에는 11월말에 인사를 단행했다. 올해 정기 인사도 11월 중순쯤으로 당겨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삼성전자는 최근 스마트폰 사업과 메모리 반도체 판매 부진, 고대역폭 메모리(HMB) 사업 지연 등 삼중고를 겪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이 9조 1000억원으로 시장 기대치(10조 8000억원)를 크게 밑돌았다. 지난 7월 8만원대였던 삼성전자 주가는 최근 5만원대로 떨어졌다.
삼성은 올해 대대적인 인사와 조직개편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에 전영현 부회장을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DS부문장으로 위촉한 바 있다. 이건희 선대회장 4주기(10월 25일), 이재용 회장 취임 2주년(10월 27일), 삼성전자 창립기념일(11월 1일) 등 주요한 일정 전후로 이 회장이 ‘뉴삼성’에 대한 메시지를 낼지도 주목된다.
LG그룹은 내년 사업 전략을 전반적으로 점검하는 사업 보고회를 21일부터 진행한다. LG그룹은 통상 사업보고서 결과를 토대로 11월 말이나 12월 초에 조직 개편과 임원 인사를 실시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몇 년간 대표이사·사장 인사는 11월, 임원 인사는 12월에 실시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낸 현대차는 역대 최대 규모인 252명 임원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올해도 역대급 실적 경신이 예상돼 대규모 인사가 이뤄질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