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 업계 1위 LG에너지솔루션(373220)(LG엔솔)이 올해만 7건의 공급계약을 수주했다. 기존 주력 제품인 삼원계부터 LFP(리튬인산철), 원통형 배터리 등 품목은 물론 미국·유럽 등 수주 지역, 고객사 다각화에도 성공했다. 올해 신규 수주 소식을 알린 국내 배터리 업체는 LG에너지솔루션이 유일하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LG엔솔은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총 7건의 수주 계약 내용을 공시했다. 확정된 공급 규모만 220GWh가 넘어가는데, 이를 단순 환산하면 아이오닉6(77.4㎾h) 전기차를 280만대 이상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LG엔솔은 구체적인 금액 규모는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는 총 30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래픽=정서희

LG엔솔은 올해 1월 일본 이스즈(ISUZU MOTORS)로부터 공급계약을 체결하며 수주 행진의 물꼬를 텄다. 공급 제품은 2170(지름 21㎜·높이 70㎜) 원통형 배터리로 알려졌다. LG엔솔은 국내와 중국 남경에서 2170 배터리를 생산한다. 이스즈는 전 세계 100여개국에 상용차·디젤 엔진·픽업트럭 등을 공급한다. 대표 모델은 30여년 동안 일본에서 동급 트럭 업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킨 준중형 트럭 ‘엘프’다.

올해 4월에는 미국 FEPS(Freudenberg E-Power Systems)로부터 19GWh 규모의 상용차용 배터리셀을 수주했다. FEPS는 독일 프로이덴버그(Freudenberg)그룹을 모기업으로 둔 회사로 2018년 북미 파우치셀 개발 및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팩 제조 판매 기업 엑설트에너지(Xalt Energy)를 인수해 출범했다. 미국 미시간주 미들랜드에 팩, 모듈 조립을 위한 기가 팩토리를 운영 중이다.

5월에는 한화큐셀 북미 법인으로부터 4.8GWh 규모 ESS(에너지저장 장치)용 배터리를 수주했다. 이는 LG엔솔이 그동안 진행했던 전 세계 전력망 ESS 프로젝트 사상 단일 기준 최대 규모로 알려졌다. LG엔솔은 미국 애리조나에 총 17GWh 규모의 ESS용 LFP 배터리 공장도 건설하고 있으며, 2026년 본격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후 7월에는 르노(Renault)로부터 39GWh 규모의 LFP 배터리를 수주했다. 이는 국내 업계 최초의 LFP셀 공급 계약이다. LG엔솔은 르노에 납품하는 제품에 파우치형 배터리 최초로 셀투팩(CTP) 공정 설루션을 적용한다. 이는 모듈 공정을 거치지 않고 배터리 팩을 조립하는 기술로, 무게를 줄이고 모듈 공간만큼 더 많은 셀을 탑재해 같은 공간 내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신기술이다.

원통형 배터리. /LG에너지솔루션 제공

LG엔솔은 이달에만 대규모 계약을 3건 공시했다. 지난 8일 공시한 벤츠와의 50.5GWh 규모 계약은 국내 업계 최초의 46파이(지름 46㎜) 원통형 배터리 공급계약으로 알려졌다. LG엔솔은 지난 4월 착공한 미국 애리조나 공장에서 수주한 배터리를 생산할 전망이다.

지난 15일 공시한 포드와의 계약(2건) 규모는 총 109GWh 수준으로, 업계는 금액이 1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품목은 상용차용 배터리로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에서 전량 생산될 예정이다. 전기 상용차는 전기 승용차와 비교했을 때 평균 운행 거리가 길고, 눈·비 등 극한의 환경에서 운행이 잦아 고품질 배터리가 필수적이다. 김동명 LG엔솔 사장은 “포드와의 이번 계약은 높은 기술 경쟁력과 혁신적인 제품 경쟁력을 증명한 사례”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