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영풍(000670) 연합이 공개매수로 고려아연(010130) 지분 5.34%를 확보하면서 최윤범 고려아연(010130) 회장 측의 지분을 넘어서게 됐다. 다만 당초 최소 목표치였던 6.9%에는 미달해 의결권 기준 지분 과반은 확보하지 못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은 이달 23일까지 진행하는 공개매수에서 최대 물량을 확보하고 기존 보유 자사주를 활용하면 영풍·MBK 연합 지분율을 다시 앞서게 돼 자사주를 최대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영풍·MBK 연합은 이번 공개매수로 지분을 늘려 총 지분율이 33.13%에서 38.47%로 늘었다. 이는 최 회장 일가 지분 15.65%와 최 회장 측 우호세력 지분 18.36%의 합(34.01%)보다 4.46%포인트(P) 많은 물량이다.

그래픽=손민균

고려아연은 23일까지 주당 89만원에 발행주식의 최대 20%(414만657주)를 사들이기로 했다. 고려아연이 최대 17.5%(362만3075주), 베인캐피탈이 안분 비례해 최대 2.5%(51만7582주)를 사는 구조다. 고려아연이 취득할 물량은 의결권이 없지만, 베인캐피탈이 취득할 물량은 의결권이 있다.

고려아연과 베인캐피탈이 20%의 물량을 확보하면 의결권이 있는 최 회장 측 지분은 36.51%로 늘어난다. 만약 공개매수로 목표치의 절반만 확보하면 지분율은 35.26%가 된다.

고려아연은 현재 49만4703주(총 주식 수의 2.4%)를 자사주로 보유하고 있다. 이번 공개매수로 전체 주식 수의 17.5%를 자사주로 취득한다고 가정하면 의결권이 있는 지분율은 영풍·MBK 연합이 48.03%가 되고, 고려아연·우호세력·베인캐피탈은 45.59%가 된다.

고려아연은 이번에 취득하는 자사주는 전량 소각할 예정이나 기존에 사둔 자사주는 소각하지 않아도 된다. 다른 조건이 동일하고 고려아연이 현재 보유 중인 자사주 2.4%를 우호세력에 넘겨 의결권을 살리면 영풍·MBK 연합의 의결권 기준 지분율은 46.63%, 최 회장 측은 47.18%로 최 회장 측이 유리해진다.

고려아연이 자사주를 추가로 매입하면 격차를 더 벌릴 수 있다. 고려아연은 지난 5월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완료했다. 현재 한국투자증권이 자사주 1.4%를 보유하고 있으며, 11월 초 고려아연에 넘길 예정이다. 자사주 신탁 계약의 경우 취득 후 1개월만 보유하면 되기에 연말에는 이 지분을 활용할 수 있다.

이어 지난 8월 공시한 4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도 남아있다. 지난 8월 8일부터 매입하던 중 영풍·MBK 연합이 9월 중순 공개매수 계획을 밝히자 중단했다. 고려아연이 9월 13일까지 확보한 자사주는 20만9993주다. 이 기간 기관 투자자의 고려아연 평균 매수가(56만8600원)로 추정하면, 1200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추산된다.

고려아연은 이달 23일 공개매수가 마무리되면 다시 자사주를 매입할 계획이다. 남은 금액(약 2800억원)으로 주당 80만원에 고려아연 주식을 매집한다고 가정하면 약 35만주(약 1.7%)를 더 살 수 있다. 이 물량도 우호세력에 넘기면 그만큼 우호지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재계 관계자는 “포이즌필(경영권 침해 시도가 있을 때 기존 주주들에게 시가보다 싼 가격에 지분을 매입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나 차등의결권 등 외국에 있는 경영권 방어 수단이 한국에는 없기 때문에 현 경영진이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은 자사주 활용이 사실상 유일하다”고 말했다.

다만 고려아연은 현재 보유 중인 자사주 전부를 당장 활용하긴 어렵다. 연말에 활용할 수 있는 자사주 지분은 1.4%에 불과하다. 8월 8일부터 9월 13일까지 매입한 자사주와 추가로 매입할 자사주는 내년 초중순쯤부터 활용이 가능하다. 영풍·MBK 연합도 이런 사실을 알기 때문에 임시 주주총회를 최대한 빨리 열어 신규 이사 선임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