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010130) 경영권을 놓고 영풍(000670)·MBK파트너스 연합과 고려아연이 유통 물량 확보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양측의 공개매수가 마무리되면 거래량이 적어져 관리종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주식 시장에선 거래량이 현저히 적은 종목을 ‘품절주’라고 부른다.

영풍·MBK는 14일까지 고려아연 지분 최대 14.61%를 주당 83만원에 공개매수할 예정이다. 고려아연은 이달 23일까지 최대 20%를 자사주로 매입한다.

현재 고려아연 전체 주식 수 2070만3283주 가운데 경영권 분쟁 중인 양측 지분,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펀드 물량 등을 제외하면 유통 주식 수는 400만~500만주로 추정된다. 영풍·MBK가 최대 302만4881주, 고려아연이 최대 362만3075주를 매입하기로 한 만큼 단순 계산하면 양쪽이 사들이는 주식(664만7956주)은 유통주식 수보다 많다.

그래픽=손민균

양측의 공개매수가 끝나면 고려아연은 시중 유통량이 대폭 줄어들게 된다. 고려아연은 매입한 자사주를 전량 소각할 계획이고, 영풍·MBK는 확보한 물량을 향후 주주총회에서 활용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시중 거래량이 적어지면 투기 대상으로 악용될 수 있어 한국거래소는 거래량이 일정 수준에 미달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한다. 고려아연이 속해 있는 코스피는 ▲일반주주의 수가 200명 미만 ▲일반주주가 소유한 주식 수가 전체 유통주식 수의 5% 미만 ▲월평균 거래량이 반기 말 기준 유동주식 수의 1% 미만 등의 조건 중 하나라도 적용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해 거래를 정지한다. 이후에도 해당 요건을 벗어나지 못하면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다.

자사주 소각으로 주식 수가 확연히 줄면 바로 상장폐지 대상이 될 수 있다. 주식시장에서 대규모 감자, 자사주 소각 등 변경상장으로 ▲유통주식 수가 총 발행주식 대비 1%(코스닥은 2%) 미만 ▲유통 물량이 10만주 미만이 되면 매매거래가 정지된다. 거래정지는 유통 물량이 총발행주식 대비 3%(코스닥은 5%)를 넘거나 30만주 이상이 될 때까지 이어진다.

통상 공개매수가 진해되면 공개매수 후 주가는 떨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고려아연은 유통 물량이 현저히 적어져 주가가 하락해도 하락폭이 예상 만큼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다만 차입금 상환은 변수가 될 수 있다. 영풍·MBK 연합, 고려아연은 이번 공개매수를 위해 외부에서 상당한 자금을 조달했다. 차입금 상환 요청이 들어오면 지분을 정리해 부채를 상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