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003490)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이 내년 초 사업자 선정을 앞둔 UH/HH-60 군용 헬기 성능개량사업 수주전에서 맞붙었다. 대한항공은 해당 기종의 면허생산 및 정비 경험을, KAI는 수리온 등으로 다져진 헬기 설계·해석 역량 등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UH-60은 ‘블랙호크(Black Hawk)’라는 별명을 가진 중형 다목적 수송 헬기로 미국 록히드마틴의 자회사인 시코르스키사가 개발했다.

12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연내 UH/HH-60 성능개량사업의 입찰 공고 및 제안서를 수령한 뒤 내부 평가를 거쳐 내년 1~3월 중 사업자를 선정할 방침이다. 사업의 목적은 우리 군이 지난 1990년부터 운용중인 특수작전용 헬기 UH-60과 HH-60의 운용 기간 및 작전 수행 능력을 향상하는 것으로 국내 연구를 통해 항공전자 시스템을 디지털화하고, 해양 환경 기동성을 높인 기체 구조 등을 개발하는 것이 골자다. 사업 기간은 오는 2031년까지, 총사업비 규모는 약 9000억원이다.

육군 특전요원들이 UH-60 헬기에 탑승한 채 강하를 준비하고 있다. / 육군 제공

UH-60은 승무원 4명, 완전무장병력 11명을 수송할 수 있으며 병력을 비롯해 화물, 전투물자 수송 등 다양한 임무에 투입된다. HH-60은 블랙호크의 개량형 버전으로, 레이더와 FLIR(적외선 전방 주시장치) 등이 추가돼 야간 작전 능력을 높였다.

한국군은 두 기종을 합쳐 약 130대를 운용하고 있으며, 육군의 공중 침투와 공군의 탐색구조 작전 등에 활용한다. 다만 기체가 노후화돼 지난 2010년대 초반부터 성능 개량에 대한 소요가 제기됐고, 지난 2022년 4월 제143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사업추진기본전략이 심의·의결됐다.

UH/HH-60 성능개량사업에는 대한항공과 KAI가 출사표를 던졌다. 서로 다른 분야에서 강점을 가진 두 업체는 최근 국내외 항공전자 장비 전문 업체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며 수주전에 나섰다.

대한항공은 UH-60의 제작과 개조, 정비에 필요한 모든 기술력과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한항공은 1990년부터 대한항공 부산테크센터에서 UH-60 헬기 138대를 라이선스 방식으로 생산해 우리 군에 납품했다. 지금까지 30년 넘게 우리 군과 미군의 UH-60 창정비를 도맡아 수행하기도 했다. 창정비는 기체를 부품 단위로 분해한 후 검사·수리해 최초 출고 때와 같은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최상위 정비 개념을 뜻한다.

대한항공은 사업 파트너로 LIG넥스원(079550)을 선정했다. LIG넥스원은 수리온(KUH)과 미르온(LAH·소형무장헬기)에 탑재되는 무장관리컴퓨터, 통합전자지도컴퓨터 등을 생산한 경험이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LIG넥스원과의 협력으로 세계적 수준의 애프터마켓(aftermarket·유지보수시장)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특전요원들이 강하 훈련을 위해 UH-60 헬기에 탑승하고 있다. / 육군 제공

KAI는 수리온, 미르온 등 국산 헬기를 직접 설계·생산한 경험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UH-60 성능 개량에 필요한 설계 해석, 제작, 시험 등 헬기 개발 전 분야에서 강점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KAI는 한화시스템(272210), 이스라엘 엘빗시스템즈(Elbit Systems)와 3자 협업을 통해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한화시스템은 수리온과 미르온에 각종 전자전장비를 납품한 이력이 있다. 엘빗시스템즈는 전자 장비 분야 전문 업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의 레드백(Redback) 장갑차에도 각종 방호, 센서 등을 납품한다.

강구영 KAI 사장은 “이번 사업 수주 달성으로 한국 육군과 공군의 특수작전 헬기의 지속적인 운용 및 작전 수행 능력을 신장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