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003490)이 내년에 더블린, 코펜하겐, 아테네에 정기성 전세기를 띄운다. 아시아나항공(020560)과의 합병으로 줄어든 유럽 노선을 재확장하기 위한 준비로 풀이된다. ‘퍼블릭 차터(public charter)’로 불리는 정기성 전세기는 정식 취항 전에 시장 수요를 확인하기 위해 정기편처럼 미리 계획하고 일정 기간 운항하는 것을 말한다.

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 경영진은 지난주 아일랜드 더블린, 덴마크 코펜하겐, 그리스 아테네에 정기성 직항 전세기를 띄우는 내용을 논의했다. 대한항공은 “다양한 목적지의 하계 부정기편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 항공기./대한항공 제공

대한항공이 더블린과 코펜하겐에 정기성 전세기를 띄우면 국적사로서는 해당 도시를 오가는 직항편을 처음 운영하는 것이 된다. 아테네는 전세기를 운영한 적이 있다. 아시아나항공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전까지 아테네행 전세기를 운항했다.

항공업계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 때문에 포기했던 장거리 유럽 노선을 다시 확보하는 차원에서 세 도시를 골랐다고 해석한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안을 심사한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의 시정 조치안에 따라 바르셀로나, 로마, 파리, 프랑크푸르트 4개 노선을 티웨이항공(091810)에 이관했다.

대한항공은 장거리 노선용 대형기를 띄우기 위해 신규 취항지가 필요한 상황이다. 대한항공은 현재 여객기 136대, 화물기 23대 등 총 159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여객기 69대를 보유 중이다.

대한항공이 정기성 전세기를 운항한 후 정식 취항에 나서면 해당 국가 항공사와의 제휴도 기대할 수 있다. 북유럽 다국적항공사인 스칸디나비아 항공(SAS)은 대한항공과 같은 항공동맹인 스카이팀 소속으로, 공동운항편 예매와 마일리지 연계 적립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이 더블린과 코펜하겐에 정기편 전세기를 띄우려면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한다. 현재 세 곳에 대한 정식 운수권(여객이나 화물을 실어 나르는 일을 할 권리)은 배분되지 않은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운수권이 배분되지 않은 취항지에 대해서는 항공사가 전세기를 운항할 시기와 타항공사와의 중복 노선 유무 등을 토대로 임시 운수권 배분 여부를 결정한다. 상대 국가의 담당 부처 역시 항공사의 계획서를 검토해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