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4680(지름 46㎜·높이 80㎜) 원통형 배터리 제품군 다변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차세대 배터리에 적용될 각종 기술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테슬라는 업계 최초로 배터리 생산에 건식 공정을 적극 활용해 생산성과 성능을 모두 잡겠다는 계획이다. 기존 4680 배터리에 쓰지 않았던 LFP(리튬인산철) 계열 양극재와 실리콘 음극재 등도 활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7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테슬라는 2026년까지 신규 4680 배터리 4종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들은 내부적으로 NC05, NC20, NC30, NC50(NC는 New Cell을 의미)으로 각각 명명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4680 배터리는 모델Y 일부 버전과 사이버트럭에만 탑재되고 있는데, 배터리 종류를 다양화해 여러 제품군에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테슬라의 원통형 배터리 '4680'모델 / 테슬라 홈페이지 캡처, 조선DB

테슬라는 4680 배터리 생산에 건식 공정을 활용할 계획이다. 건식 공정은 배터리 제조의 첫 단계인 전극 공정에 적용되는 공법으로, 현재 널리 사용되는 습식 공정과 대비되는 방식이다.

습식 공정은 전극을 구성하는 양·음극 활물질, 도전재, 바인더 등을 용매와 혼합해 만든 슬러리를 양극박(알루미늄박), 음극박(동박)에 넓게 펴 바른 뒤 200도 이상의 온도로 가열해 건조한다. 반면 건식 공정은 각종 재료를 고체 가루 형태로 만들어 양·음극박에 바로 코팅한다.

건식은 습식 공정에 비해 에너지 비용을 약 30% 절감할 수 있고, 건조에 필요한 면적도 작다. 용매를 사용하지 않아 온실가스 배출량도 크게 줄어든다. 다만 건식 공정은 전극 내 각종 입자를 동일한 비중으로 분산해 코팅하기가 어려워 그간 상용화 되지 못했다.

테슬라는 지난 7월 건식 공정으로 만든 4680 배터리 시제품을 탑재한 사이버트럭 차량 테스트를 시작했고, 내년 중반까지 4680 배터리 생산에 건식 공정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국내에서도 배터리 3사가 모두 건식 공정을 개발해 수년 내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테슬라는 차세대 4680 배터리에 들어가는 양극재도 기존 NCM(니켈·코발트·망간)에서 벗어나 다각화할 전망이다. 무인 주행 택시인 ‘로보택시’와 중·저가 제품군에 탑재될 NC05 제품은 LFP(리튬·인산·철) 양극재를 활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테슬라 사이버트럭. / 테슬라 제공

NC05보다 에너지 밀도를 높인 NC20에는 LFP 양극재에 망간을 첨가한 LMFP 양극재를 탑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망간을 활용하면 배터리 전압을 높일 수 있는데, 이는 망간이 비교적 안정적인 전자 구조를 갖춰 배터리 내에서 일어나는 화학 반응을 조절하기 때문이다. LMFP는 LFP 대비 에너지밀도가 15~20%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는 신규 4680 배터리의 고급형 모델인 NC30과 NC50에 실리콘 음극재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실리콘은 이론상 흑연보다 리튬 저장 능력이 10배가량 높아 배터리 무게를 줄이면서 충전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그러나 리튬이온과 반응 중 부피가 팽창하고, 이에 따라 쉽게 깨지는 성질 때문에 현재는 흑연에 실리콘을 일부 배합하는 방식으로만 쓰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대주전자재료(078600)가 유일하게 실리콘 음극재를 양산하고 있으며 SK(034730), 포스코, LG(003550) 등도 관련 사업에 뛰어들었다. LG화학(051910)과 대주전자재료는 몇 년 이내에 실리콘만으로 만들어진 음극재를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