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의 관계는 역사적인 전환점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최대 4기의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는 본계약을 체결할 수 있으며 고속철도, 방위 산업(방산) 분야의 협력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 체코 정부는 앞으로 10년 동안 고속철도 건설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다.”
이반 얀차렉 주한체코대사는 지난달 26일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산업은 매우 높은 성장성을 가지고 있고 탄탄한 철도, 방산 산업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와 공동 프로젝트를 검토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체코 정부는 지난 7월 총 24조원 규모의 두코바니 신규 원전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한수원을 선정했다. 테멜린 지역의 원전 2기 건설 계약까지 추가로 따내면 총사업비는 40조~50조원까지 불어날 전망이다.
또 체코는 36억8000만 달러(약 4조8590억원) 규모의 고속철도 건설도 추진하고 있다. 올해 환경영향평가를 완료하면 구간, 단계별로 발주해 고속철도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이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과 마틴쿱카 체코 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21일 윤석열 대통령과 페트르 피알라(Petr Fiala) 체코 총리 임석 하에 고속철도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도 했다. 다음은 얀차렉 대사와의 일문일답.
─ 체코가 원전 건설을 추진한 배경은.
“체코는 안전하고 저렴한 에너지가 있어야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체코는 석유와 같은 자원이 부족하다. 바다가 없고 바람이 많지 않으며 유럽의 한가운데에 있어 태양 에너지가 다른 지역에 비해 강하지 않다. 따라서 에너지를 확보하는 방법은 두 가지 뿐이다. 하나는 석탄, 석유, 가스 같은 전통적인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재생 에너지다. 유럽은 원자력을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으로 간주하고 있다.
체코는 원자력에 대한 많은 경험이 있다. 1970년대에 최초의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했고 (두코바니·테멜린 등) 6개의 원전을 보유하고 있다. 원자력은 체코 전체 전력의 3분의 1을 생산하고 있는데, 단 한 번도 사고가 발생하지 않아 안전하면서도 저렴하다는 믿음이 강하다.”
─원전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을 선정한 배경은.
“체코는 약 3년 전에 이 입찰을 시작했다. 최종적으로 한수원과 프랑스 전력공사(EDF)가 입찰에 참여했다. 제안서는 200명 이상의 사람이 한 달 이상 평가했다. 납기, 보증, 가격, 체코 산업의 현지화 등 모든 측면에서 평가가 이루어졌다. 체코 정부와 투자자, 체코 전력공사(CEZ) 등은 한수원의 제안이 최선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웨스팅하우스와 EDF가 이의를 제기했다.
“이번 투자는 체코 역사상 가장 큰 투자 프로젝트다. 거래 규모가 수십억 유로에 달해 입찰에 참여한 모든 사람이 법원과 기관에 견해를 신청할 수 있다. 체코 정부는 누구도 문제 삼을 수 없을 정도로 투명하고 안전하게 이번 입찰을 진행했다. 한수원으로부터 받은 제안이 유효하다고 생각하며 현재 최종 계약을 협상 중이다.”
─한국의 야권은 한수원이 저가로 수주했다고 한다.
“체코는 가치가 있는 제안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흔히 볼 수 있는 가격이며 바라카 등 다른 프로젝트와 비교해도 그다지 저렴하지 않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에너지 안보에 미친 영향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에 체코는 석유, 석탄, 가스, 원자력, 재생에너지를 섞어서 썼다. 가스와 석유는 러시아 의존도가 높았다. 체코 정부는 안전한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 원자력과 재생 에너지의 비중을 늘리기로 했다.”
─고속철도 사업의 협력 가능성은.
“체코는 철도 시스템을 다루는 좋은 기업과 많은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체코와 함께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등 세계 시장에서 사업을 함께 할 수 있는 파트너 기업을 찾고 있다.”
─미래 한국과 체코의 협력 청사진은.
“한국은 자동차 산업이 매우 강하다. 체코의 국내총생산(GDP) 중 10%, 수출의 25%가 자동차 산업이다. 미래 자동차 산업을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대해 양국이 고민해야 한다. 또 한국은 반도체 분야가 강하고 체코는 독일과 함께 유럽의 제조업 허브 중 하나다. 양국이 경제 측면에서 함께 할 수 있는 분야가 많다.
한국에서 프라하로 가는 직항편이 20년 동안 운영되고 있다. 코로나 사태를 제외하고는 단 한 번도 중단된 적이 없다. 체코로 가는 한국 관광객이 많아지고 한국을 비롯해 동북아시아를 찾는 체코 관광객도 늘어나게 될 것이다. 경제, 연구 개발, 인적 교류뿐만 아니라 스포츠, 문화 등 두 나라가 협력할 수 있는 분야가 매우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