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관문에 위치한 아르메니아가 폴란드, 루마니아에 이어 현대로템(064350) K2 전차의 차기 수출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아르메니아 언론에 따르면 수렌 파피키안(Suren Papikyan) 아르메니아 국방장관은 지난달 한국을 방문해 K2 전차 구매 가능성을 검토했다. 파피키안 장관은 지난달 9일 한국 국방부와 외교부가 주최한 ‘2024 인공지능(AI)의 책임있는 군사적 이용에 관한 고위급회의(REAIM)’에 참석했고, 이튿날인 10일에는 김용현 국방부장관, 조태열 외교부장관, 응엥(Ng Eng) 싱가포르 국방부장관, 안띠 핵캐넨(Antti Hakkanen) 등과 만났다.
아르메니아 언론인 캘리번은 유력 소식통을 인용해 파피키안 장관이 서울에서 회의 참석과 별개로 한국 무기 공급에 대한 협상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아르메니아 측이 관심을 보이는 건 K2 전차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6일 아르멘 그리고리안(Armen Grigoryan) 아르메니아 국가안보위원회 서기도 한국을 방문해 무기 구매 등과 관련한 회담을 여러차례 가졌다고 캘리번은 보도했다.
아르메니아는 주변국과 크고 작은 분쟁이 잦다. 옆나라 아르제바이잔과는 역사적으로도 갈등이 깊다. 아르메니아와 아르제바이잔은 2020년대에도 여러 차례 전쟁을 반복하고 있다.
아르메니아는 주력 전차로 과거 소비에트연방(소련)이 개발하고 러시아가 개량한 T-80U 약 150대를 운용 중이다. T-72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 T-80U는 1983년 개발에 착수해 1985년 실전 배치된 전차로, 대한민국 육군도 불곰사업을 통해 1996년부터 33대를 도입해 교육·실전용으로 쓰고 있다.
K2 전차는 국방과학연구소(ADD)와 현대로템이 개발한 한국군의 주력 전차다. 2014년부터 실전 배치됐다. 산악지형에서 높은 성능을 발휘하는 반능동 유기압식 암내장형 현수장치(ISU·In-arm Suspension Unit)를 세계 최초로 채택해 국토의 86%가 산악인 아르메니아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K2 전차의 대표 기술인 반능동 유기압식 ISU는 궤도차에 필수 장착되는 토션바(탄성력을 이용해 충격을 흡수하는 스프링으로 사용되는 바 형태의 부품)가 차지하는 무게와 공간을 줄인다. 또 센서를 통해 지형에 따라 전자적으로 서스펜션을 조절해 기동성과 승차감, 기동간 사격 명중률을 크게 높인 것이 특징이다.
K2는 한국에 이어 폴란드에 수출됐고 루마니아도 도입할 가능성이 크다. 현대로템은 2022년 8월 폴란드와 K2 180대를 공급하는 1차 계약을 맺고 올해까지 46대를 공급했다. 올해 안으로 180대를 추가 도입하는 2차 계약이 유력하다.
루마니아는 군 현대화에 따라 300대의 전차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미 미국 에이브람스 54대 도입이 확정됐다. 나머지 246대를 두고 K2와 독일 레오파드 2A8이 경쟁하는데, K2는 가격 경쟁력(대당 약 262억원)에서 레오파드 2A8(대당 약 600억원)을 앞서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납기 속도 역시 K2가 다소 우세한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