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 빅3(HD한국조선해양(009540)·한화오션(042660)·삼성중공업(010140))가 선별수주 기조를 이어가며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독(dock·선박건조장)을 채우고 있다. 조선업계는 한국 조선사들이 저가의 대량 수주를 놓쳐도 손해보지 않을 정도로 호황기를 맞았다고 본다.
30일 조선·해운업계에 따르면 최근 독일 선사 하팍로이드(Hapag-Lloyd)가 발주한 액화천연가스(LNG) 이중연료(DF·Dual Fuel) 추진식 컨테이너선 24척은 중국 업체들이 건조할 예정이다. HD현대(267250)와 한화오션 역시 입찰에 참여했지만, 하팍로이드는 가격 경쟁력에서 앞선 중국 조선사와 계약했다. 총 규모는 42억달러(약 5조5800억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계는 국내 조선사들로서 아쉬울 것이 없다고 본다. 하팍로이드는 1만7000TEU(1TEU=6m 컨테이너 1개)와 9200TEU 두 가지 선박을 발주했는데, 규모가 작은 저가 선박인 데다 국내 조선소가 소화하기에는 양이 많기 때문이다. 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공간은 한정돼 있어 선박을 한번에 많이 수주하면 물량을 더 받을 수 없다. 1만7000TEU급 선박은 척당 2억달러, 9200TEU급 선박은 1억4000만달러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우리 업체들이 중국 조선에 따라잡혔다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사실이 아니다. 국내 조선업계는 형식적으로 입찰에 참여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국 조선소들이 소화할 물량도 아니고 현재 시세로 봤을 때 저가 선박은 수주하지 않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업계는 고부가가치 선박 위주로 선별수주해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LNG운반선, 초대형 유조선(VLCC), 2.2만~2.4만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위주의 고가 선박에 집중한다. 각 선종의 가격은 8월 기준 LNG운반선 2억6200만달러, 초대형 유조선(VLCC) 1억2900만 달러,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2억7300만달러 수준이다.
국내 조선사들의 강점인 친환경 선박 수주도 늘고 있다. 유럽이 환경 규제를 강화하면서 선사들의 친환경 선박 수요가 늘고 있다. 17만4000㎡급 LNG 추진·운반선의 가격은 8월 기준 2억6200만달러(약 3488억원)로 지난해 대비 11% 올랐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전 세계 LNG 운반선 수주 잔량 355척 중 70% 수준인 252척을 국내 조선사 두 곳이 수주했다.
국내 업체들의 수주잔고는 넉넉하다.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총 160척(해양 1기 포함), 177억8000만달러(23조4429억원)를 수주해 연간 목표(135억달러)의 131.7%를 달성했다. 한화오션은 지난 2분기 기준 53억3000만달러(7조원) 상당의 선박을 수주하며 지난해 전체 수주액을 넘겼다. 삼성중공업 역시 올해 수주 목표인 97억달러를 초과 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