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010130) 경영권을 놓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MBK파트너스·영풍(000670) 연합군 간 진흙탕 싸움이 거세지고 있다. 양측 경영진에 대한 고소·고발도 난무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25일 영풍이 각종 추측성 의혹을 제기하고 거짓 보도자료를 낸 것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최윤범 회장이 추석 연휴 기간 일본을 방문해 스미토모 상사, 소프트뱅크 등 여러 기업과 접촉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영풍 측은 ‘옛 전범 기업에 도움을 구하고 있다’고 비난하자 대응에 나선 것이다.

그래픽=손민균

영풍은 “스미토모는 2012년 국무총리실 산하 ‘대일 항쟁기 강제 동원 피해 조사 및 국외 강제 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가 발표한 일본 전범 기업 287개사 명단에 포함된 기업”이라며 “(고려아연이) 일본의 대표적 전범 기업과 ‘라인야후 경영권 강탈’ 논란을 일으킨 일본 기업 소프트뱅크와 손잡으려는 모순적 태도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고려아연은 이에 대해 명예훼손 등 법적 조치로 대응하기로 했다. 지난 20일엔 계열사인 영풍정밀(036560)을 통해 영풍의 장형진 고문, 강성두 사장, 사외이사 3인에 이어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등 6명을 배임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는데, 자체적으로 후속 조처를 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영풍은 최 회장의 5%룰(주식 대량 보유 보고 의무) 위반 여부를 문제삼기도 했다. 현대차(005380), 한화(000880), LG(003550) 등이 최 회장의 우호 지분이라면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는 등 공동행위 주요 주주로 공시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우군인데도 공동행위자가 아니라면 5%룰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아직 최 회장이 대항 공개매수를 선언하지 않은 상태여서 공동행위자로 엮어 5% 지분 공시를 해야 할 필요는 없다. 각 회사의 의결권 행사는 독립적인 영역이다.

영풍의 맞고소도 진행 중이다. 영풍은 이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노진수 전 대표이사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업무상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원아시아파트너스 등 사모펀드 투자 결정, 해외 자회사인 이그니오 홀딩스 투자 결정 및 씨에스디자인그룹(현 더바운더리)과 인테리어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영풍 관계자는 “이번 분쟁의 핵심은 최윤범 회장이 주주 이익을 고려하지 않고, 고려아연을 사적으로 장악하려고 한 것”이라며 “2022년 8월부터 최 회장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자사주 상호 교환 등 16%가량 지분가치를 희석해 기존 주주들의 비례적 이익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양측 비방전은 26일을 기점으로 전환점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은 MBK가 기존 공개매수 기한을 연장하지 않고 공개매수가를 인상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다. 이후에 가격을 올리면 매수 기간을 10일 연장해야 한다. 이 경우 MBK 입장에선 최 회장에게 우군을 확보한 시간을 벌어다 주는 게 된다. 최윤범 회장은 MBK의 수를 읽은 후 대응 전략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는 영풍으로 장씨 일가는 고려아연 지분 33.13%를 들고 있다. 최윤범 회장 측 지분은 15.65%이지만, 우호 지분을 더하면 장씨 측 지분과 비슷해진다. 영풍과 손잡은 MBK는 다음달 4일까지 고려아연 주식을 주당 66만원에 6.98~14.61% 공개매수해 최윤범 회장의 경영권을 박탈하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