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한국의 전력 인프라 산업은 중공업, 자동차 산업 등을 위한 보조 성격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한국의 새 수출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전력 인프라를 국가의 핵심 산업으로 봐야 합니다.”

25일 베트남 빈증성무역센터전시장에서 개최된 베트남 최대 전력·에너지 전문 전시회 ‘일렉트릭 에너지 쇼(Electric Energy Show) 2024′에서 만난 구자균 LS일렉트릭(LS ELECTRIC(010120)) 회장은 “큰 틀에서 북미와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 국가 연합)을 두 축으로 수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세안의 중심은 베트남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한국전기산업진흥회장)이 25일 베트남 빈증성무역센터에서 개막한 '2024 일렉트릭에너지쇼(Electric Energy Show 2024)'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LS일렉트릭 제공

올해로 4회를 맞은 일렉트릭 에너지 쇼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고 한국전기산업진흥회, 한국전력(015760), 코엑스 등이 주관사로 참여한다. 베트남 전력 시장에 국내 기업의 전력 기술과 설비를 선보이고, 현지 판로 개척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올해 행사는 남부 호찌민과 인접한 산업 신도시 빈증성(Binh Duong)에서 개최됐다. 한국전기산업진흥회 회장직을 겸직 중인 구 회장은 이날 전시회를 찾아 국내 기업에 힘을 실어줬다.

구 회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전략경쟁, 이스라엘-하마스 간 무력 충돌 등이 기술 패권주의와 자원 무기화, 경제 블록화 등을 가속화하고 있다”며 “위기 상황 속에서 베트남과 한국은 그간 쌓아온 신뢰를 기반으로 서로의 공동 비전 실현에 기여하기 위해 새로운 파트너십을 함께 준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베트남 정부는 제8차 전력개발계획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20년 9.9%, 2025년 12.5%, 2030년 21%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베트남은 남북으로 3200㎞ 이상의 긴 해안선을 가지고 있고, 연평균 8~9m/s의 바람이 불어 풍력발전에 최적의 입지로 평가받는다.

베트남 ‘일렉트릭 에너지 쇼(Electric Energy Show) 2024′ 내 LS일렉트릭 부스에 전시된 전력기기 제품들. / 정재훤 기자

또 베트남은 방직과 섬유 등 노동 집약 산업 중심에서 전자와 석유화학 등으로 산업 구조가 바뀌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개폐기·차단기 등 저압 전력기기뿐만 아니라 배전반과 같은 종합 전력시스템 시장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

베트남을 포함한 아세안 시장은 값싼 인건비와 전기료를 앞세워 글로벌 데이터센터 허브로도 부상하고 있다. 베트남의 대졸 초임 월급은 약 40만원이며, 산업용 전기료는 한국의 절반 수준이다.

LS일렉트릭은 현재 연 매출 4000만달러(약 530억원) 규모인 베트남 법인의 생산 능력을 2~3년 내로 1억달러(약 1330억원)까지 키울 계획이다. LS일렉트릭은 1990년대 중반 국내 전력 기업 중 가장 먼저 베트남에 진출한 후, 저압 전력기기 시장 점유율 40% 이상을 차지하며 2013년부터 1위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한전 역시 베트남에서 국내 기업과의 협력 기회를 늘릴 계획이다. 한전은 현재 베트남 북부에서 화력발전소 2기를 운영하고 있다. 발전량은 총 2.4기가와트(GW)로, 베트남 전체 전력 소비량의 3%에 해당한다.

구 회장은 “이병철 회장, 정주영 회장 같은 선대 창업주들이 만약 지금 시대에 살았으면 전력 사업을 키우지 않으셨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전력 인프라 산업은 이제 수단이 아닌 목적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