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MBK)가 고려아연(010130)의 경영권 확보에 나서면서 아연 공급망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모펀드의 특성상 고려아연을 인수하면 수년 뒤 다른 곳에 매각해야 한다. 재계에서는 비철금속 제련소는 국가 기간산업인데, 연간 42만톤(t)에 달하는 국내 아연 수요를 사실상 사모펀드가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점도 걱정스럽게 보고 있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아연 수요는 약 42만t으로 이 중 고려아연이 24만t(56%), 영풍(000670)이 18만t(37%)을 공급했다. 두 회사가 차지하는 점유율은 90% 수준이다.

김병주(왼쪽) MBK파트너스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각사 제공

영풍과 MBK 측이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확보하면 사실상 아연 공급망을 독점하게 된다. 영풍과 고려아연의 경쟁 구조가 깨지면 공급 물량 줄이거나 가격 인상을 견제할 수단이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비용이나 환경 문제로 제련소를 추가로 건설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두 기업에 대한 국내 아연 의존도는 100%에 가깝다”고 말했다.

아연은 철 제품의 부식을 방지하는 도금 또는 합금 소재로 많이 사용된다. 고려아연과 영풍은 주로 포스코(POSCO홀딩스(005490))와 현대제철(004020) 등에 아연을 공급한다. 아연 공급에 문제가 발생하면 자동차 등 철과 관련된 기업들이 줄줄이 영향을 받는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고려아연 제공

최근 아연의 생산량은 감소했다. 영풍의 석포제련소가 사망사고와 환경문제로 일부 공정 가동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석포제련소에서는 독성가스 중독 등으로 최근 1년 사이 근로자 3명이 사망했다. 이에 석포제련소 대표와 소장이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구속되기도 했다. 또 환경오염 방지 시설 미비로 2개월간 가동을 멈춰야 하는 상황도 예상된다.

글로벌 에너지 컨설팅기업 우드 매켄지는 보고서를 통해 “석포제련소가 낮은 수익성과 높은 전력 비용으로 1년 중 상당 기간 생산량을 줄일 수도 있다는 루머가 있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아연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하고 있다. 강동완 고려아연 원료구매본부 부사장은 지난 3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고려아연이 국내(한국 내) 아연 수요를 충분히 충족시킬 수 있다. 우리의 최우선 과제는 내수 판매이고 그다음이 수출”이라고 말했다.

고려아연 노동조합 70여명이 울산에서 상경해 서울 광화문 MBK파트너스 본사 앞에서 사모펀드 자본을 규탄하는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고려아연 노조 제공

일각에서는 아연 가격 상승도 우려하고 있다. 보통 아연 가격은 런던 금속거래소 시세에 추가적인 프리미엄이 붙어 결정된다. 단기간에 수익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하는 사모펀드의 특성상 아연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도 있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이런 우려를 의식해 “국가 기간산업인 고려아연을 중국에 팔 수도 없고, 팔지도 않겠다”고 밝혔다.

정부도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을 지켜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MBK가 사모펀드라는 이유에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아연 공급 부족 등 만일의 사태에 대해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