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000670) 측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최윤범 고려아연(010130) 회장이 우군 확보를 위해 급히 일본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 회장이 최근 사내 공지를 통해 “MBK파트너스(MBK)와의 싸움에서 이길 방법을 찾았다”라고 언급한 것이 일종의 백기사를 찾은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17일 인천공항을 통해 일본 도쿄로 출국했다. 출장길에는 재무 담당 임원 등이 동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재계 관계자는 “MBK보다 사이즈(규모)가 큰 펀드와 접촉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미 현대차(005380), 한화(000880), LG(003550) 등이 주주로 참여한 만큼 글로벌 대형 펀드의 자금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 투자 방식은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모펀드 운용사인 MBK파트너스는 지난 12일 영풍과 주주 간 계약을 맺고 고려아연의 최대 주주로 나선다고 밝혔다. MBK는 영풍 측과 의결권을 공동행사하는 한편 이달 13일부터 10월 4일까지 고려아연 주식을 주당 66만원에 공개 매수해 과반의 지분 확보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달 11일 기준 영풍 측은 고려아연 지분 33.13%를 들고 있다. 최윤범 회장 측은 15.6%를 보유 중이지만, 우호세력의 지분을 합하면 총 33.26%로 영풍 측을 살짝 앞선다.
MBK의 공개매수 대상은 고려아연 기명식 보통주다. 공개매수 규모는 최소 144만5036주(발행주식 총수의 약 7%)에서 최대 302만4881주(약 14.6%)로 최대 약 2조원이 필요하다.
최 회장이 대항 공개매수에 나선다면 1조원가량의 자금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LG·한화 등이 최 회장 편에 선다고 가정하면 최 회장은 추가로 약 6%의 지분을 확보해야 MBK 측과 경쟁할 수 있다. 향후 상황이 바뀌면 경영권 방어를 위해 더 큰 자금이 요구된다.
최 회장은 장형진 고문 및 영풍 측과 특별관계자로 묶여있어 주식을 매수하지 못했던 문제도 해결 중이다. 최 회장 측과 장형진 고문 측은 각각 별도의 주식 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5% 공시)를 제출할 예정이다.
현행 자본시장법 제140조는 “공개매수자와 특별관계자는 공개매수 공고일부터 종료일까지 공개매수에 의하지 않고는 그 주식을 매수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영풍그룹은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함께 설립했다. 이후 고려아연은 최씨 일가가,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는 장씨 일가가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22년 최윤범 회장 취임 이후 최씨 일가와 장씨 일가 간 고려아연 지분 매입 경쟁이 벌어지면서 두 회사는 경영권 갈등을 빚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