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 등 완성차 업체들이 최근 잇달아 미국 내 전기차 투자 확대를 선언하면서 미국에 진출한 한국 배터리 업체들도 본격적인 실적 개선을 예고하고 있다. 주요 광물 가격 하락 영향으로 배터리 가격이 계속 내려가고 있지만, 완성차 업계는 이 상황을 전기차 보급 확대 기회로 삼는 모습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스텔란티스는 미시간주에 위치한 공장 3곳의 설비를 보강·확대하기 위해 4억600만달러(약 6200억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스텔란티스는 “이번 투자는 2030년까지 유럽에서 승용차 판매의 100%, 미국에서 승용차 및 경상용 트럭 판매의 50%를 전기차로 전환한다는 기업 목표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텔란티스가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인 전기 픽업트럭 '램 1500 REV'. / 스텔란티스 제공

스텔란티스는 스털링 하이츠 조립 공장(SHAP)에 2억3550만달러(약 3150억원)를 투자해 올해 하반기 출시할 전기픽업트럭 ‘1500 REV’의 생산 라인을 보강한다. 워렌 트럭 조립 공장(WTAP)에는 9760만달러(약 1300억원)를 투자해 내년 말 출시되는 지프 웨거니어(Jeep Wagoneer) 생산을 준비한다. 던디 엔진 공장(DEP)에도 7300만달러(약 980억원) 이상을 투자해 대형 SUV와 픽업트럭에 들어갈 배터리 플랫폼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완성차 업체는 미국 내 전기차 투자를 다시 늘리고 있다. 포드는 SK온과의 배터리 합작사 BOSK(블루오벌SK)의 양산 시점을 미뤄 왔으나, 최근 발표를 통해 내년 중반부터 켄터키주 1공장에서 현행 ‘E-트랜짓’ 전기 트럭과 ‘F-150 라이트닝’ 전기 픽업트럭의 배터리를 생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테네시주 공장은 내년 말부터 포드의 신형 전기 상용 밴 전용 배터리 생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GM 역시 최근 삼성SDI(006400)와 미국 합작 공장 설립 본계약을 체결하며 전기차 추가 투자를 확정했다. 두 회사는 2027년 양산을 목표로 인디애나주 뉴칼라일에 약 35억달러(약 4조7000억원)를 투자해 연산 27기가와트시(GWh) 규모의 공장을 설립한다. 이 계약에는 향후 36GWh까지 생산 능력을 확대할 수 있는 옵션도 포함됐다.

미국 오하이주에 위치한 LG에너지솔루션과 GM 합작 1공장 전경. /LG에너지솔루션 제공

완성차 업체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전기차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됐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강동진 현대차증권(001500) 연구원은 “업계의 우려가 컸던 트럼프 후보의 미국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다소 낮아졌고, 트럼프 후보 역시 일론 머스크의 공개 지지를 받은 이후부터 과거처럼 전기차에 대한 강경 발언을 하지 못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의 최근 동향 역시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하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북미 지역의 전기차 확대 움직임에 따라 현지에 공장을 갖춘 국내 배터리 업체들도 내년부터 본격적인 실적 반등을 예고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064850)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내년 매출 34조792억원, 영업이익 3조93464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실적 전망치와 비교해 매출은 28.2%, 영업이익은 173.5% 늘어나는 것이다.

삼성SDI는 내년 매출 23조2629억원, 영업이익 2조67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됐다. 올해 실적 전망치와 비교하면 매출은 20.1%, 영업이익은 88.8% 늘어나는 것이다. 초기 투자 비용 등으로 장기간 적자를 이어 오던 SK온 역시 내년에 흑자로 돌아설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