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010130)의 최대주주인 영풍(000670)이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 파트너스와 함께 고려아연 경영권을 가져오려는 것은 영풍과 MBK 파트너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영풍은 고려아연과 관계가 틀어지면서 사업 근간이 흔들리는 중이었다.

13일 장형진 영풍 고문은 MBK와 주주 간 계약을 맺은 내용을 알리며 “지난 75년간 2세에까지 이어온 두 가문 공동경영의 시대가 이제 여기서 마무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3세까지 지분이 쪼개지고 승계된 상태에서 공동 경영한다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또 “MBK 파트너스와 같은 글로벌 투자 전문가에게 지위를 넘기는 게 창업 일가이자 책임 있는 대주주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래픽=손민균

영풍은 고려아연과의 분쟁에서 주도권을 뺏기자 사모펀드 영입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신사업 추진 과정에서 영풍과 마찰이 생기자 영풍과의 관계를 끊기로 결정했다. 고려아연은 올해 초 영풍과의 황산 처리 대행 계약을 중단하기로 했다. 영풍은 석포제련소에서 아연을 생산할 때 부산물로 나오는 황산 일부를 고려아연으로 보내 처리하고 있다. 영풍이 황산 처리 대행 업체를 찾지 못하면 석포제련소 가동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고려아연은 또 영풍과 진행해 온 ‘원료 공동구매 및 공동영업’도 종료하기로 했다. 영풍은 구매력이 큰 고려아연과 공동으로 구매하면 원료를 싸게 들여올 수 있는데, 이런 이점이 사라지는 것이다.

여기에 영풍의 석포제련소는 조업정지 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경상북도 봉화군에 있는 석포제련소는 낙동강과 안동댐 등 인근 지역 환경오염의 진원지로 꾸준히 지목됐다. 환경부 조사에 따르면 석포제련소의 폐수배출시설에서 아연, 황산 제조 전해 공정 중 고효율 침전조의 폐수가 낙동강 최상류에 유출됐다. 영풍은 환경부를 상대로 한 조업정치 처분 취소 소송에서 패소 판정을 받은 상태다.

석포제련소에서는 인명사고도 발생해 박영민 영풍 대표이사, 배상윤 석포제련소장이 중대재해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지난해 12월 탱크 모터 교체 작업을 하던 노동자 1명이 비소 중독으로 숨지는 등 최근 9개월 사이 모두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증권업계에서는 사면초가에 몰린 영풍이 탈출구를 마련하기 위해 사모펀드의 손을 잡은 것으로 본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장씨 일가는 고려아연 경영권을 가져와야 사업 정상화를 기대할 수 있다”며 “MBK도 배당 여력이 크고 98분기 연속 흑자를 낸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가져오는 것은 쏠쏠한 거래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