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 업계가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에 따른 침체를 극복하고 근본적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공급망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수요 둔화로 원자재 가격이 떨어진 상황을 기회로 삼아 배터리 핵심 소재 리튬, 니켈 원재료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에코프로(086520)그룹 내에서 전구체 사업을 담당하는 에코프로머티(450080)리얼즈는 중국 거린메이(GEM)의 인도네시아 니켈 제련소 지분을 인수해 제련업에 진출한다.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에 있는 GEM 그린에코니켈 제련소는 연간 약 2만톤(t)의 니켈을 생산한다.

이동채(가운데) 전 에코프로 회장이 이달 초 에코프로 본사에서 허개화 GEM 회장(오른쪽), 왕민 GEM 부회장(왼쪽)을 만나 초격차 경쟁력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에코프로 제공

에코프로는 지난 3월 약 150억원을 투자해 그린에코니켈 지분 9%를 취득한 바 있다. 에코프로 관계자는 “추가로 지분을 확대해 GEM과의 공급망 생태계 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GEM은 니켈 제련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에코프로는 하이니켈 양극 소재에서 세계 1위 기업이다. 이번 협력을 통해 에코프로그룹은 ‘제련→전구체→양극재’ 등 양극재 소재 생태계 전반에 관여하면서 획기적인 원가 절감을 기대하고 있다. 에코프로는 GEM과 실무작업을 추진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빠른 시일 내에 사업 구도를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에코프로 관계자는 “삼원계 배터리에서 니켈이 차지하는 원가 비중은 약 40%”라며 “니켈을 얼마나 저렴하게 조달하는지에 따라 가격 경쟁력이 좌우된다”고 말했다.

/자료=에코프로

포스코그룹도 전기차 수요 둔화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수요 둔화로 전 세계 리튬, 니켈 광산이 매물로 나오거나 가격이 하락하자 공급망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김준형 포스코홀딩스(POSCO홀딩스(005490)) 이차전지소재총괄(부사장)은 지난 11일 “리튬 가격이 (㎏당) 10달러가 조금 넘는 지금이 새로운 광산이나 염호를 확보할 아주 좋은 타이밍”이라고 말했다. 그는 “칠레 마리쿵가와 살라레스 알토안디노스 입찰에 참여했다”며 “한국-호주 경제협력위원회 차원에서 새로운 리튬 정광(스포듀민·Spodumene) 광산을 검토했다”고 말했다.

코로나 시기 급등했던 리튬 가격은 공급 과잉과 전기차 수요 둔화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리튬을 정제한 탄산리튬 가격은 지난 11일 기준 ㎏당 69.5위안(약 1만3061원)을 기록해 2021년 2월 말 이후 3년 6개월 만에 최저가를 기록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 홈페이지 캡처

코스모신소재(005070)는 양극재를 구성하는 양극활물질 수주 증가로 증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코스모신소재는 지난달 5일 LG화학(051910)과 3621억원 규모의 NCM 양극활물질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기간은 내년 4월 말까지다.

코스모신소재는 지난해 6월 이차전지용 양극활물질 증액 증설을 발표한 후 올해 말까지 10만t 설비 확보를 목표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수요 둔화 시기에 공사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코스모신소재는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해 양극활물질의 주원료인 전구체 내재화도 추진 중이다. 올해 상반기까지 울산 전구체 공장과 생산설비 증설에 2300억원을 투자했다. 현재 양산 시험을 진행 중이며 시험이 완료되면 자체 생산 전구체를 양극활물질 생산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차전지 소재 중 양극재생산업체인 코스모신소재 공장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