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 말레이시아 국방부 장관의 방한이 예정된 가운데, 양국의 방산 협력이 진전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번 방한 기간에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은 말레이시아 군 당국과 경공격기 2차 도입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상 분야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가 과거 말레이시아에 수출한 K200 장갑차의 성능 개량 사업과 천무 다연장로켓 수출 등을 추진하고 있다.
3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다툭 세리 모하메드 칼레드 노르딘(Datuk Seri Mohamed Khaled Nordin) 말레이시아 국방부 장관은 이달 8~13일 예정된 동아시아 국가 순방 기간 중 한국을 찾는다. 말레이시아 방산 전문 매체 디펜스 시큐리티 아시아(Defense Security Asia)는 “말레이시아 정부는 한국 방위산업에 대한 추가적인 대규모 투자를 논의하고 있으며, 이번 방한은 양국 방산업체 간 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최근 보도했다.
말레이시아 국방부 장관이 방한하면 우리 정부와 경공격기 2차 도입 사업에 대한 논의가 오갈 전망이다. 말레이시아 공군은 노후 전투기를 대체하는 사업을 두 단계로 나눠 진행 중이다. 총 18대 규모의 1차 사업에는 KAI의 FA-50, 인도 테자스(Tejas), 파키스탄 JF-17, 러시아 MIG-35, 튀르키예 휴르제트(Hurizet) 등 다양한 기종이 입찰 경쟁에 나선 결과 FA-50이 채택됐다. 사업 규모는 약 1조2000억원으로, 제작사인 KAI는 오는 2026년~2028년 관련 물량을 납품할 계획이다.
2차 사업은 1차와 동일한 18대 규모로 진행된다. 말레이시아 공군은 운용 기종을 줄인다는 방침을 갖고 있어 KAI가 유리한 상황이다. 다만 말레이시아 공군 측이 추가적인 성능 개량 등을 요구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앞서 1차 사업에서도 말레이시아 측은 공중급유 기능을 추가하고 무장을 확장하는 성능 개량을 요구했다. 이는 현재 한국을 포함해 필리핀, 폴란드 등에서 운용 중인 FA-50 제품군 중 가장 높은 개량 수준이다.
개발 막바지 단계인 한국형 전투기 KF-21에 대한 마케팅도 진행될 전망이다. 말레이시아 공군은 오는 2035년과 2040년 F/A-18D, Su-30MKM 전투기를 각각 퇴역시킬 계획으로 이를 대체할 첨단 전투기를 찾고 있다.
지상 분야에서도 방산 협력 논의가 진행될 전망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달 말레이시아의 특장차 제작사 Cendana auto와 K200 보병전투차량 성능 개량 사업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다. K200에 원격사격통제체계(RCWS)를 장착하고 차량 성능을 높이는 게 골자다.
말레이시아 육군은 지난 1993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당시 대우종합기계)로부터 K200 111대를 수입해 보병 수송 등에 사용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 차량을 전투에 적합하게 개량하고, 말레이시아를 추후 장갑차 MRO(유지·보수·정비) 사업을 위한 핵심 거점으로 삼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5월 현지 투자회사와 K239 ‘천무’ 다연장로켓 수출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수출 사업에도 발을 뗐다. 말레이시아는 국방 현대화 전략의 일환으로 과거 브라질에서 조달한 36대의 구형 Astros II 시스템을 첨단 로켓 발사기와 지원 차량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내년 2분기까지 각국 정부·기업으로부터 사업 제안서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