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에 높은 수주 실적을 거둔 국내 조선 3사(HD한국조선해양(009540)·한화오션(042660)·삼성중공업(010140))가 하반기에도 수주 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대형 선사들이 대규모 발주 움직임을 보이고 슬롯(선박 건조 예비 공간) 선점을 위해 선박 가격이 오르면서 조선사 수익성도 개선될 전망이다.
29일 조선 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이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수주할 수 있는 주요 프로젝트는 초대형 컨테이너선, 글로벌 액화천연가스(LNG) 관련 운반선, 해양플랜트,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호주 구축함 등이 있다. 해양플랜트와 KDDX, 호주 구축함 등은 각각 조(兆) 단위의 사업이다.
컨테이너선은 국내 조선사의 하반기 수주 기대가 큰 선종이다. 컨테이너선의 척당 가격은 2780억원 수준이지만, 한국 조선소는 약 3000억원을 받는다. HD한국조선해양이 지난달 프랑스 선사 CMA-CGM으로부터 수주한 1만5500TEU급(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 크기)컨테이너선 12척의 계약 가격은 총 3조6832억원이었다.
삼성중공업은 입지가 탄탄한 해양플랜트를 기반으로 한 수주를 노린다. 해양플랜트는 상선이나 특수선 등 선박에 비해 발주 건수는 작지만, 대당 가격이 비싸 고부가가치 선종으로 꼽힌다.
삼성중공업은 모잠비크 ENI 코랄 2차 사업에 대한 부유식 액화천연가스생산설비(FLNG·해상에서 천연가스를 채굴해 정제하고, LNG로 만들어 저장·하역할 수 있는 플랜트)의 사전 예비작업 계획 후 설계를 진행 중이며, 4분기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 예상 수주액은 약 3조4660억원이다.
삼성중공업은 캐나다 시더 LNG 프로젝트에도 참여해 FLNG를 건조한다. 해당 프로젝트는 최근 최종투자결정(FID)이 나왔다. 미국 델핀(협의 중), 캐나다 웨스턴 LNG(기본 설계 중) 등에서 FLNG를 추가 수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오션은 9월부터 본격 수주 랠리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독일 하파그로이드, 덴마크 머스크 등이 9~10월쯤 진행할 대규모 발주에서 한화오션이 일부 계약을 맺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오션은 50억달러 규모의 카타르·차이나막스(Qatar China-MAX·카타르와 중국 항만에 기항할 수 있는 최대 크기의 선박)급 LNG 운반선 중 일부 물량을 카타르 국영 에너지 기업 카타르에너지와 협상 중이다. QC-막스급 운반선은 길이 344m, 너비 53.6m, 높이 27.2m, 흘수(선박이 떠 있을 때 수면에서 선체 최하부까지의 수직 거리) 12m로, 현존 운반선 중 가장 크다.
또 FSRU(해상에서 LNG를 적재하고 재기화할 수 있는 선박형 플랜트)와 초대형 암모니아 운반선(VLAC) 등도 발주처와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은행의 2분기 주력산업모니터링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조선 3사의 매출은 하반기에도 늘어날 전망이다. 가스운반선(암모니아·LPG·LNG 등)과 컨테이너선을 중심으로 하는 신조선가지수가 상승하고, 조선 3사의 수주잔고도 높게 유지되고 있는 덕분이다.
글로벌 신조선가지수는 7월 말 기준 187.98(클락슨 기준)로, 역대 최고였던 2008년 9월 191.6에 육박했다. 한국은행은 조선 3사가 공정 안정화로 인한 원가 개선, 하반기 후판 공급가 하향 조정 등으로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