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이 사업재편 방안을 다시 짜야 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034020)의 투자사업 부문을 인적분할해 두산밥캣(241560)을 붙인(100% 자회사) 후 이 사업 부문을 두산로보틱스(454910)와 합병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두산은 재편안에 반대하는 주주의 주식을 일정 한도 내에서 매입하기로 했는데, 기업 주가가 하락하면서 소액주주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두산은 밥캣 소액주주 지분은 1조5000억원 한도로, 에너빌리티와 로보틱스 소액주주 지분은 각각 6000억원, 5000억원 한도로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주식매수청구권 금액이 한도를 초과하면 두산은 계획을 철회할지, 매수 금액을 늘릴지 정해야 한다.
3월말 기준 밥캣의 최대주주는 지분 46.06%를 보유한 에너빌리티다. 이어 국민연금이 6.97%를 들고 있다. 소액주주 비중은 45.32%다. 밥캣은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의 지분을 주당 5만459원에 매수하기로 했다. 주식매수청구권은 지난 11일 이전 보유자만 행사할 수 있다.
25일 종가 기준 두산밥캣의 주가는 4만4150원으로 주식매수청구권 가격보다 한참 낮다.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기간(9월 25일~10월 15일)에도 이 수준을 유지하면 소액주주는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두산이 소액주주 전체 지분을 주당 5만459원에 매수하려면 약 2조3000억원이 필요한데, 이는 한도 금액(1조5000억원)을 훌쩍 뛰어 넘는다.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도 상황이 비슷하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최대 주주는 30.39%를 보유한 ㈜두산(000150)이고, 2대 주주는 6.78%를 가진 국민연금이다. 소액주주 비율은 63.4%(4억617만4445주)다. 주식매수청구 가격은 주당 2만850원인데, 이날 종가는 1만8930원이다. 두산은 6000억원으로 총 2877만6978주를 매수할 수 있다. 이는 작년말 기준 유통 주식 수(6억4045만5168주)의 4.5%에 불과하다.
두산로보틱스의 소액주주 비율은 25.09%(1626만1331주)다. 두산은 5000억원으로 621만3341주(주당 청구가 8만472원)를 살 수 있는데, 이는 소액주주 지분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소액주주의 주식을 다 사려면 1조3085억원이 필요하다. 두산로보틱스의 이날 종가(7만3400원)도 청구가보다 낮다.
두산밥캣과 두산에너빌리티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있다. 두산은 주식매수청구권 금액이 한도를 초과하면 사업재편안을 계속 추진할지 논의하고 계획을 철회할 수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밥캣, 두산로보틱스는 9월 25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