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투자한 외국인 투자기업 중 절반이 한국의 전반적인 노동시장이 경직적이라고 평가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지난 4월 2~12일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100인 이상 제조업 주한외국인투자기업 538개사(응답 100개사)를 대상으로 한 한국 노동시장 인식조사 결과 응답 기업의 53.0%는 한국 노동시장이 ‘경직적’이라고 답했다고 21일 밝혔다. ‘유연하다’고 응답한 기업은 9.0%에 불과했고, 나머지 38.0%는 ‘보통’이라고 답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여론전문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한국 노동시장 인식조사 결과. /한경협 제공

또 미국과 일본, 독일 등 주요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한국 노동규제 수준을 묻는 항목에서는 47.0%가 ‘높다’는 반응을 보였다.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노동규제가 낮다’고 응답한 곳은 13.0% 였고, ‘비슷하다’고 답한 기업 비중은 40.0%로 집계됐다.

한국의 전반적인 노사관계에 대해서는 응답 기업 중 63%가 ‘대립적’이라고 평가했다. ‘협력적’이라고 응답한 기업은 4.0%, ‘보통’은 33.0%였다. 한국의 노사협력 수준을 100으로 가정했을 때 독일 124.8, 미국 121.4, 일본 116.2, 중국 89.7로 응답했다. 주요 제조업 경쟁국 중 중국을 제외한 3개국 모두 한국보다 우위라고 평가한 것이다.

아울러 응답 기업의 68%가 중장기 사업계획을 수립할 때 한국 노사관계와 노동규제를 중요하게 고려한다고 밝혔다. 국내 노동시장 유연성이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주요 5개국(G5) 수준으로 개선될 경우 투자 규모를 평균 13.9% 늘릴 것이라고도 했다. 한경협은 “경직적 노동시장과 대립적 노사관계가 외국 투자기업의 불확실성을 가중해 중요한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외국 투자기업들이 한국 경영활동에서 가장 애로를 느끼는 부분은 해고, 배치전환 등 고용조정의 어려움(42.0%)으로 나타났다. 뒤이어 대화와 타협을 거부하는 투쟁적 활동(37.0%)이 어려움으로 꼽혔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한국의 경직적인 노동시장과 대립적인 노사관계는 그동안 외국인투자 유치에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로 지적됐다”며 “근로시간·해고 규제 완화 등을 통해 노동경직성을 해소하고, 노사갈등을 크게 부추길 수 있는 노조법 개정안(노란봉투법) 입법을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FKI타워(구 전경련회관) 앞에 한국경제인협회 표지석이 설치돼 있다. 2023.9.19/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