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034730)그룹 회장)은 지난 19일 “SK이노베이션(096770)과 SK E&S를 합병시킨 이유는 인공지능(AI)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날 오후 제주에서 열린 대한상의 기자간담회에서 “AI에는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한데 이러한 문제는 배터리(SK이노베이션) 한쪽이나 액화천연가스(LNG), 수소 등 기존 에너지 쪽이 따로따로 해결할 수 없다”며 “두 회사가 기술을 합하면 SK는 AI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지난 17일 이사회를 통해 합병을 결정했다. 두 회사의 합병이 완료되면 자산 106조원, 매출 88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에너지 기업이 탄생한다. 다음은 최 회장과의 일문일답.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주도권을 이어가기 위한 조건은.
“AI 인프라(기반시설)를 대한민국에 만들 필요가 있다. 너무 뒤처지면 다른 곳에 종속될 수 있다. 힘든 경제 상황에서도 AI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AI를 이해하고 비즈니스와 새로운 걸 여는 사람들을 AI 워리어(전사)로 생각한다. 그런 사람들이 일을 할 수 있는 인프라를 깔아줘야 한다. 데이터센터를 만들고 마이크로소프트, 오픈 AI, 아마존, 구글 등을 유치하고, 시민과 학생들에게 AI를 열어줘야 한다. AI 전사들은 대한민국의 성장을 리드할(이끌) 좋은 씨앗이 될 것이다.”
─AI 학습을 위한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데이터를 모아야 한다. AI 데이터센터만으로는 부족하다. 대한민국의 데이터를 다 모아도 사이즈가 작다. 일본 등 다른 나라와 협력해 데이터의 크기를 키우고 제조, 바이오, 언론 등 전문적인 영역의 데이터를 모아야 한다. 데이터를 공유하고 변환하고 쓸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부분에서 일본과의 협력도 필요하다.”
─반도체 사업의 발전 방향은.
“과거에는 R&D를 통해 반도체 집적도를 높여왔다. 한 세대가 지나면 20~30%의 비트 그로스(메모리 반도체의 생산량 증가율)를 이뤘다. 과거 기술 진화에 필요한 것은 R&D의 비중이 9였고 1이 설비투자였다.
최근에는 5대 5로 바뀌었다. R&D만으로 집적도를 높이는데 한계에 부딪힌 것이다. 시장에서 계속 업그레이드를 하니 막대한 설비투자를 해야 한다. 하나의 공장을 짓는데 20조원이 들어간다. HBM은 더 많이 들어간다. 엄청난 투자가 요구되는 시대가 왔다는 의미다.”
─세제 혜택 등 정부 지원에 대한 기대는.
“이젠 세제 혜택만으로는 감당이 안 된다. 집적도 경쟁은 더 이상 빨라지기 어렵다. 과거에는 20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에서 12나노로 점프했지만, 지금은 거의 2나노, 1나노 수준이다. 결국 설비 투자가 많이 필요하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 지원을 많이 하면서 많은 공장이 건설되고 있다. 우리도 따라가야 한다. 반도체 서플라이 체인(공급망)은 경제 효과가 크다. AI 때문에 메모리 증가가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문제는 돈을 벌어도 번 돈보다 더 투자해야 하는 것이다.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HBM 투자가 비싼데, 계속 투자하는 것도 쉽지 않다. 또 향후 AI에도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발생해 배터리에서 일어났던 일과 비슷한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 위기를 잘 넘길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AI 전사 등 이공계 인력 해소 방안은.
“이공계 인력 해소 방안이라고 말했지만, 그냥 인력 해소 방안이다. 이과, 문과 등 이분법은 허물어야 한다. 갑자기 없던 인력을 만들어서 쓸 수 없다. 지금부터 씨를 뿌려야 한다. 고등학교, 대학 등 특화된 전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AI 인프라를 많이 만들어 초등학교 때부터 훈련과 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러면 10~15년 안에는 쓸 수 있는 인력이 나올 것이다. 급하다면 다른 나라에서 인력을 데려와야 한다. 인도를 비롯한 많은 나라에 인력이 있다. 인력을 데려오거나 현지에 두고 쓸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가업 승계 와 상속세 개편에 대한 의견은.
“가업 승계 문제를 우리보다 심각하게 맞이한 곳은 일본이다. 일본에는 사람이 없어 가업 승계를 못하는 기업이 60만개나 된다. 우리도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고민하는 (상속세) 개편은 디테일이 부족하다. 기업의 유형에 따라 본인들이 선택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상속세는) 소득세나 법인세와 다르게 엄청난 양의 세금이 아니다. 유연성을 준다면 이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 대통령 선거 전망은.
“예측이 어렵다. 다만 누가 되더라도 대(對)중국에 관한 정책은 바뀌지 않을 것 같다. 환경과 산업 분야의 정책은 많이 바뀔 것 같다.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불확실성은 커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