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5일 미국 석유 기업 엑손모빌은 남미 가이아나 근해 스타브록(Stabroek)에서 블루핀(Bluefin) 유정을 새롭게 찾았다고 발표했다. 지난 2015년 엑손모빌이 스타브록에서 발견한 첫 유정 리자-1(LIZA-1) 이후 36번째 유정이다. 금세기에 발견된 최대 심해 유전으로 평가되는 가이아나 유전의 매장량은 110억∼120억 배럴에 달한다. 지난 4월에는 가이아나 해역의 6번째 탐사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가스가 매장됐을 것으로 분석된 영일만 인근의 동해 심해 지역은 가이아나 광구와 비슷한 구조다. 가이아나 유전의 매장량 분석에는 동해 심해 석유·가스 매장 분석을 담당한 미국 액트지오(Act-Geo)의 비토르 아브레우(Vitor Abreu) 고문이 참여했다. 일각에서는 액트지오의 규모가 영세하고 세금을 체납한 이력이 있어 매장량 분석 결과를 믿기 어렵다는 시각이 있다.

가이아나 리자 유전 개발의 가상 모습./엑손모빌 홈페이지 캡처

두 광구의 물리 탐사 기법은 글로벌 석유회사들이 심해 유전을 탐사할 때 주로 사용하는 ‘순차층서학(Sequence Stratigraphy)’으로 동일하다. 순차층서학은 해수면의 변동에 따라 심해 퇴적의 양상과 변화를 해석하는 학문을 말한다. 퇴적물의 순서를 예측·분석해 석유의 4대 부존(賦存) 조건인 트랩(Trap), 근원암, 저류암, 덮개암 등을 찾는 데 활용된다.

가이아나 스타브록 광구의 심해 유전은 미국 석유 기업 엑손모빌이 2015년 발견했다. 엑손모빌과 석유개발 기업 셸(shell)은 함께 컨소시엄을 형성해 약 7년간 탐사를 했으나 셸이 2014년에 지역 탐사권을 1달러에 팔고 손을 뗐다.

가이아나 유전 사업에는 엑손모빌과 헤스,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 등이 참여했다. 현재 확정된 6개 프로젝트에 548억 달러(약 75조 5000억원)를 투자했다. 스타브룩 광구에서는 총 36개의 유정이 발견됐고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원유를 생산·수출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하루에 약 40만 배럴의 석유를 생산하고 있으며, 약 1000조원의 가치를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가이아나에서 작업 중인 엑손모빌 시추선./엑손모빌 홈페이지 캡처

아브레우 고문은 엑손모빌에서 2000년부터 2015년까지 선임 기술고문(senior technical consultant)으로 일하며 지질 그룹장 등을 지냈다. 리자-1 시추 때 스타브룩 광고 일대의 지질 분석 및 매장 가능성 평가를 지휘하면서 시추 성공 확률을 16%로 제시했다. 엑손모빌에서 퇴사한 후 2016년 지질탐사 컨설팅 기업 액트지오를 설립해 가이아나 해역 유망구조 평가 업무를 이어서 수행했다.

그래픽=손민균

리자-1 시추공은 해안에서 약 190㎞ 떨어진 수심 1.7㎞ 지점에 있다. 포항 동해 석유·가스전 유망 지역 7곳이 해안으로부터 38∼100㎞에 분포돼 있고 수심이 1㎞ 내외인 점을 고려하면 위치나 깊이가 리자-1과 유사하다. 정부가 아브레우 고문을 선택한 것도 동해 광구가 가이아나 광구와 비슷한 구조를 가졌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아브레우 고문은 순차층서학 분야의 전문가이자 미국 퇴적지질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순차층서학 분야에서는 엑손모빌 엔지니어 출신인 피터 베일이 권위자로 꼽히는데, 아브레우 고문은 미국 라이스대학에서 피터 베일의 후임으로 1999년부터 순차층서학을 강연하고 있다.

비토르 아브레우 액트지오 고문이 지난 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기자실에서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뉴스1

아브레우 고문은 6개 대륙 22개국 및 31개 퇴적분지에서 유망성 평가와 시추 작업을 수행해 왔다. 석유탐사 및 개발·연구 분야에서 28년 이상의 현장 경험이 있고 아브레우 고문이 작성한 52개의 논문은 총 4436회 인용됐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가이아나 광구의 성공 확률이 16%였는데, 동해 광구의 확률이 20%라면 높은 수준”이라며 “성공과 실패는 시추를 해봐야 알 수 있는데 정치권이 과학의 영역에 끼어들면서 시도조차 못하고 좌초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