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선박으로 꼽히는 액화천연가스(LNG)·메탄올 추진선을 올해 중국이 대거 수주하고 있다. 일감을 넉넉하게 확보한 한국 조선사가 수익성을 고려해 선박을 선별 수주하자 중국 조선사가 빈자리를 채우는 모습이다. 한국 조선업계는 수익성이 좋은 LNG 선박과 기술 장벽이 높은 암모니아 추진선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HD현대삼호중공업이 건조한 LNG 추진 컨테이너선. / HD현대 제공

조선·해운 시황 전문 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5월 전 세계에서 발주된 LNG 선박은 총 40척으로 중국이 35척을 수주했고 한국과 독일이 각각 3척, 2척을 수주했다. 38척이 발주된 메탄올 추진선은 중국이 36척을 가져갔다. 스페인과 노르웨이가 각각 1척을 가져갔고 한국 수주량은 없다.

한국 조선사는 3~4년치 일감이 쌓여 있어 수익성이 높은 선박만 골라서 수주하고 있다. 메탄올 추진선은 척당 가격이 약 2000억원으로 낮은 편이라 사실상 신규 수주 대상에서 제외했다.

메탄올 추진선은 기술 장벽이 낮아 중국 업체가 싼 가격을 앞세워 시장에 진출하기 수월하다. 또 메탄올 추진선은 대부분 대형으로, 독(Dock·각 조립 공장에서 제작한 철판 블록을 모아 선체를 만드는 조립장)에서 차지하는 면적이 커 생산 효율이 떨어진다고 한다.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메탄올 추진선 아네 머스크호. / HD현대 제공

한국 조선사는 차세대 친환경 선박용 연료로 암모니아를 점찍고,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 10일 한국기계연구원은 한국선급(KR), HD한국조선해양(009540), HD현대중공업(329180) 등과 공동 연구한 선박용 1㎿급 LNG-암모니아 혼소(혼합 연소) 엔진의 실증 실험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 엔진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LNG 단독 추진 엔진의 절반 수준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10월 세계 최초로 중형 암모니아 추진선 2척을 1억5600만달러(약 2150억원)에 수주했다. HD현대미포(010620) 울산조선소에서 건조한다. 이 배에 장착될 엔진은 LNG와 암모니아를 동시에 사용한다. 스위스 윈지디(WinGD)와 HD현대중공업 엔진기계사업부가 공동 연구한 것으로, 최근 노르웨이선급(DVV)의 기본 설계 인증(AIP·Approval In Principle)을 받았다.

삼성중공업이 영국선급의 기본 설계 인증을 받은 암모니아 추진선의 조감도. / 삼성중공업 제공

한화오션(042660)은 암모니아 추진선을 2025년 상용화할 계획이다. 암모니아를 엔진 내에서 태우는 게 아니라 연료전지시스템에 활용한다. 이를 위해 미국 암모니아 기술 기업 아모지(Amogy)와 손잡았다. 아모지는 암모니아에 고온 촉매 반응을 일으켜 수소와 질소로 환원하고, 수소를 연료전지로 보내 전기를 생산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아모지는 SK이노베이션(096770)이 8000만달러(약 1100억원)를 투자한 회사이기도 하다.

삼성중공업(010140)은 지난 4일(현지시각) 그리스에서 열린 조선·해운 박람회 포시도니아 2024에서 암모니아 연료전지 추진 운반선에 대한 기본 설계 인증(AIP)을 영국선급(LR)으로부터 받았다고 밝혔다. 삼성중공업도 아모지와 협력해 암모니아 연료전지 추진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