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가사2부(부장판사 김시철)가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에게 1조3808억원의 재산을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분할해주라고 판결하면서 최 회장이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직 대법원 판단이 남아있지만 판결이 확정되면 최 회장이 가지고 있는 지분의 가치가 약 2조원인 만큼 일부 지분 매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고법은 30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과 1조3808억원의 재산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노 관장과의 결혼이 SK㈜ 가치 증가에 기여했다고 봤다. SK그룹이 1992년 태평양증권을 인수할 당시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300억원 규모)을 썼다는 노 관장 측 주장을 일정 부분 받아들인 결과로 풀이된다.

그래픽=정서희

이날 종가 기준 최 회장이 가진 회사 지분 가치는 약 2조550억원이다. 최 회장은 SK 지분 17.73%(2조514억원), SK디스커버리(006120) 0.12%(9억3000만원), SK디스커버리 우선주 3.11%(13억6700만원), SK케미칼(285130) 우선주 3.21%(17억9400만원), SK텔레콤(017670) 303주(1500만원), SK스퀘어(402340) 주식 196주(1500만원)를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 회장이 당장 주식을 팔기보다는 대법원에 상고해 판결이 나올 때까지 배당금을 우선 확보할 것으로 예상한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최 회장 측에서 대법원까지 갈 가능성이 크고 대법원까지 가면 2~3년의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배당금이나 주식 담보대출을 받는 방법도 있어 아직 고민할 시간은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2022년부터 2023년까지 2년간 SK 계열사에서 2000억원대의 배당금을 수령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 회장이 지분을 갖고 있는 SK실트론의 상장과 매각 가능성도 있다. 최 회장은 2017년 SK가 LG(003550)로부터 실트론을 인수할 당시 지분 29.4%를 인수했다. 인수 당시 지분 가치는 2600억원 정도였으나, 현재 가치는 크게 올랐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픽=손민균

일각에서는 노 관장이 SK그룹의 경영권 자체가 흔들리는 것을 바라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노 관장은 1심 판결 직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제가 요구한 것은 재산 분할이지 회사 분할이 아니다”라며 “상급심에서 정당하게 SK㈜ 주식을 분할 받으면 SK가 더 발전하고 성장하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은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지주사인 ㈜SK 지분 매각은 최소화하려고 할 것”이라며 “주식 담보 대출은 이자 부담이 있고 지분 매각도 세금 문제가 있어 최 회장으로서는 경영권 방어에 매우 불리한 판결”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