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수요 감소로 배터리 업체들이 설비투자(CAPEX) 규모를 축소하기로 한 가운데, 양극재 업체들도 투자 속도를 조절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 양극재 평균 수출 가격은 지난해 고점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고, 수출량도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낮은 수준이다. 양극재 업체들이 투자 속도를 조절하면 자금 부담은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3일 관세청 수출입 무역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NCM(니켈·코발트·망간) 및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양극재 수출 평균 가격은 1㎏당 27.63달러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최고점을 기록했던 지난해 3월(1㎏당 53.39달러)보다 48% 떨어진 가격이다.

그래픽=손민균

양극재 판가는 2차전지용 관세청 수출입 코드(HS코드)가 도입된 2022년 1월 1㎏당 30달러에서 꾸준히 상승했으나, 지난해 3월 고점을 찍은 뒤 하락하는 추세다.

판매가격(판가)은 조만간 반등할 것으로 보이나, 상승 폭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양극재 판가는 리튬 등 주요 광물 가격 시세를 따른다. 통상 2~4개월의 시차를 두고 광물 가격 변동분이 판가에 반영된다. 런던 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국내 업체들이 생산하는 삼원계 양극재의 주재료인 수산화리튬 가격은 톤(t)당 1만3830달러를 기록해 올해 초 대비 약 15% 상승했다.

양극재 수출량은 작년 12월 바닥을 찍고 최근 우상향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한 양극재 총량은 2만1696t으로, 전월 대비 14.3% 늘었다. 다만 분기당 7만t을 상회하던 지난해 1~3분기와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최근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기존에 계획했던 CAPEX를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당분간 대외환경과 전방시장 수요 개선 가시성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필수적인 투자는 선택과 집중을 하고 투자 규모와 집행 속도를 조절해 CAPEX를 다소 낮추고자 한다”고 밝혔다.

양극재 원료와 배터리 사진(왼쪽부터 리튬, 원통형 배터리, 니켈, 양극재, 코발트). /포스코퓨처엠 제공

양극재 업체들도 생산능력(CAPA) 확장 속도 조절에 동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포스코퓨처엠(003670)은 지난달 25일 공개한 실적 발표 자료에서 2026년 양극재 목표 생산능력을 39만5000t으로 밝혔는데, 이는 기존 목표치 44만5000t보다 5만t 낮은 수준이다.

LG화학(051910)도 투자 규모 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LG화학은 지난달 30일 컨퍼런스콜에서 “배터리 소재 쪽 스케줄 조정이나 자동차 OEM, 배터리 업체들의 투자 일정 조정에 맞춰 일정 부분 조정이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3일 실적 발표를 앞둔 에코프로비엠(247540) 역시 일부 투자를 축소할 가능성이 있다. 포항, 캐나다 등에 양극재 공장을 짓고 있는 에코프로비엠은 오는 2027년까지 연산 71만t의 생산능력을 갖추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