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티형 기저귀’를 국내에서 처음 선보인 뒤 인기를 이어가던 유한킴벌리는 신제품 출시 전 체험군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아이 체형에 따라 접착 마감재가 피부에 닿아 찔리는 경우가 가끔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에 접착부 마감 소재에 부드러운 면을 덧대는 방식으로 제품을 개선할 수 있었다.

회사 관계자는 “판매 데이터나 만족도가 높은 제품이었기 때문에 정량적인 지표만으론 알 수 없던 고객 불편을 정성적 조사로 확인해 빠르게 반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2600여개 기업에 맞춤 소비자 데이터를 제공하는 ‘오픈서베이’의 황희영 대표는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로 기업 입장에선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는 게 훨씬 어렵고 비용도 늘어났다”며 “기존 고객을 놓치지 않고 지키는 것이 중요해졌기 때문에 유한킴벌리처럼 소비자 반응을 실시간으로 체크하면서 의사결정 하는 흐름이 보편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희영 오픈서베이 대표는 "인구 감소로 기업들이 기존 고객을 지키는 데 더 적극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오픈서베이 제공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만난 황 대표는 “디지털 시대에 웹이나 애플리케이션(앱) 등으로 물건을 소비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어떤 소비자가 이를 사고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즉각적으로 알 수 없게 됐다”면서 “디지털 세상에선 개인에 최적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필수로 인식되고, 이에 대한 사용자 기대치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리서치 서비스를 제공해 온 오픈서베이는 지난해 12월 ‘데이터스페이스’라는 서비스를 새롭게 출시해 이런 기업들의 수요를 겨냥하고 있다. 같은 설문 서비스이지만 오픈서베이가 일반 소비자 패널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것이라면 데이터스페이스는 주요 대상 고객에게 메일이나 문자(SMS), 카카오(035720) 알림톡 등으로 더 자주 설문하는 것이 차이점이다.

실시간으로 수집되는 정보를 도표 등으로 빠르게 분석해 의사결정을 돕는 것도 특징이다. 인공지능(AI) 분석 기술도 도입할 예정이다. 유한킴벌리, SK매직을 포함해 약 100개사를 고객으로 두고 있다.

황 대표는 “디지털 시대 기업들은 소비자가 다른 경쟁사로 넘어가지 않도록 더 자주 데이터를 수집하고 즉각 대응해야 한다. 초반부터 데이터스페이스 호응이 좋은 건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많은 기업은 사용자 리뷰·고객센터 등으로 고객의 소리를 듣고 있다. 이에 대해 황 대표는 “고객센터는 가장 불만이 많은 소비자가 연락하고 리뷰는 호의를 갖고 있거나 리워드(보상)를 목적으로 기록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용자 전체를 대변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데이터스페이스는 실제 고객의 소리가 누락되지 않고 비즈니스(사업) 전략에 반영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오픈서베이는 데이터스페이스를 기반으로 올해 미국, 일본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영어, 일본어 기능을 추가하고 신뢰할 만한 데이터를 수집하도록 해외 패널도 연동할 예정이다. 회사는 장기적으로 기업들의 데이터 인프라 제공 회사가 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황 대표는 “그동안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인재였다면 앞으론 데이터를 활용하는 힘이 될 것”이라며 “작은 기업도 필요한 데이터를 즉시 쓸 수 있도록 하면서 기업의 성장을 돕는 일에 계속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