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에 천궁-Ⅱ 지대공 미사일을 수출하며 7년간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LIG넥스원(079550)이 중동 지역 추가 수출을 타진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천궁-Ⅱ를 추가 도입할 가능성이 있고, 이라크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LIG넥스원의 수주잔고는 지난해 말 기준 19조5934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60% 증가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사우디아라비아에 10개 포대 물량의 천궁-Ⅱ 지대공 미사일을 수출하는 4조25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성사한 영향이 컸다. 계약 사실은 지난달 뒤늦게 공개됐다.

LIG넥스원의 천궁-Ⅱ 지대공 미사일. /LIG넥스원 유튜브 캡처

‘한국판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천궁-Ⅱ는 탄도탄과 항공기 등 공중 위협에 동시 대응이 가능한 유도무기 체계다. 유도탄의 최대 사거리는 40㎞이며, 요격 고도는 15~20㎞다. 1개 포대는 사격통제소와 다기능레이더, 발사대 차량 3대 등으로 구성된다. 발사대 1기당 최대 8발의 요격 미사일이 장착돼 연속 발사할 수 있다. 천궁-Ⅱ는 지난 2022년 1월에도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됐다.

LIG넥스원은 사우디 수출이 확정되기 전까지 내부적으로 해당 프로젝트를 ‘33(SAMSAM) 사업’으로 지칭해 왔다. 이는 사우디아라비아(Saudi Arabia)의 앞 두 글자 ‘SA’와 천궁의 영문명인 M-SAM(Mid range Surface to Air Missile)을 합친 것이다. 천궁-Ⅱ는 지난 2017년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고 이듬해부터 양산이 시작됐다.

사우디는 천궁-Ⅱ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 2022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도입 검토 지시 이후 협상이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빈 살만 왕세자는 2022년 11월 방한해 천궁-Ⅱ 실사격 장면을 참관한 뒤 높은 관심을 보였다. 사우디는 협상 초기 천궁-Ⅱ의 현지 생산을 요구했고, 막바지에는 가격 인하를 요구했다. 현지에서 진행된 협상은 결렬 위기에 처했으나, 실무진이 귀국행 비행기에 탑승하러 가던 차에서 극적으로 협상이 재개돼 계약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지난달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중동 지역 대표 종합 방위산업전시회 'WDS 2024(World Defense Show)'에 참가한 LIG넥스원 부스 모습. 앞쪽에 천궁-Ⅱ가 전시돼 있다. /LIG넥스원 제공

사우디는 인접국인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 위협에 처해 있어 세계에서 방공요격 실전 경험이 가장 많은 국가로 꼽힌다. 한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요격무기체계를 독자 개발한 국가로, UAE에 이어 사우디 수출까지 달성하며 기술력과 신뢰성을 인정받았다.

업계는 LIG넥스원의 중동 지역 추가 수출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우선 이라크가 천궁-Ⅱ의 도입을 타진하고 있다. 지난주 방한한 모하나드 카리브 모하메드 이라크 방공사령관은 천궁-Ⅱ의 사양을 점검하고 도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는 현재 10포대 분량의 천궁-Ⅱ를 도입했으나 국토 면적을 고려하면 24~30포대까지 물량을 늘릴 가능성이 있다. 최근 2박 3일 일정으로 방한한 압둘라 아오타이비 사우디 국방차관은 국내에서 천궁-Ⅱ를 비롯해 한국형 전투기 KF-21, 장보고-Ⅲ 배치(Batch)-Ⅱ 도산안창호함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