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호황을 누리던 K드라마의 성장세에 제동이 걸렸다. 회당 30억원, 총제작비 500억원 이상의 드라마가 늘면서 방송사, 온라인동영상플랫폼(OTT)이 관련 투자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13일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드라마 제작 건수는 총 123편(방송·OTT 포함)으로 코로나19 이후 첫 감소세를 보였다. 2019~2020년 100편 안팎이었던 드라마 제작 건수는 2021년 116편, 2022년 141편으로 크게 늘었다.

그래픽=손민균

드라마 제작이 줄어든 가장 큰 이유로 제작비가 꼽힌다. 특히 인건비가 제작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데, 인기 배우를 중심으로 몸값이 과도하게 올랐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몇 년 전에 회당 1억원도 비싸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이제는 회당 7억~10억원을 받는 배우도 있다”고 말했다.

배우들의 몸값 인상에는 OTT가 활성화되면서 제작 환경이 달라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 과거에는 드라마 제작사가 방송사의 외주를 받아 콘텐츠를 제작하고 방영 후에 제작비를 보전받았다. 하지만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가 늘면서 제작사가 먼저 스타 작가·배우를 섭외해 놓고 이를 다양한 채널에 납품하는 방식으로 주도권이 바뀌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배우들은 OTT를 오가며 몸값을 높일 수 있게 됐다. 16부작 TV 드라마에서 회당 1억원을 받았던 A씨가 8부작 OTT로 넘어가면서 유사한 시간이 투입된다는 이유로 같은 금액을 받고, 다시 TV로 넘어갈 땐 회당 2억원을 달라고 요구하는 식이다. 이런 과정을 몇 번 거치면서 몸값이 3~4배 오른 배우도 있다.

그래픽=손민균

문제는 드라마를 사서 유통하는 방송사, OTT의 형편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이다. 제작비 부담, TV 광고 침체, 시청률 부진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방송사는 과거 주 2회, 16부작으로 편성하던 드라마를 주 1회 등으로 줄이고 이를 예능이나 드라마 재방송 등으로 채우고 있다.

코로나 기간에 호황을 누렸던 OTT도 가입자 성장세 둔화와 제작비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글로벌 OTT 관계자는 “연간 투자 예산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있는 대작 드라마와 제작비 부담이 적은 예능에 투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과도하게 높아진 콘텐츠 제작비와 배우의 몸값은 반드시 조정돼야 한다”며 “제작비가 계속 오르면 중소 제작사가 문을 닫고 수많은 배우의 일자리가 사라진다. 정부는 제작비 지원뿐 아니라 플랫폼까지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을 다각도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