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중형선박의 지난해 발주량이 2022년보다 증가했음에도 한국이 수주한 규모는 오히려 대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선박 중심인 HD한국조선해양(009540), 한화오션(042660), 삼성중공업(010140) 등 이른바 ‘빅3′는 양호한 실적을 보이고 있는데, 중형 조선사들은 기반이 약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2일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조선사들의 중형선박(1만~12만5000DWT급 유조선, 1000~6000TEU급 컨테이너선, 5000~6만5000㎥급 LPG운반선 등) 신조 시장 점유율은 6.3%를 기록하며 2022년보다 1.1%포인트(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전 세계 중형선박 신조 계약 규모는 1049척, 2039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선박 건조에 필요한 작업량)로 2022년보다 4.6% 증가했으나 한국 조선사의 수주량은 66척, 144만CGT으로 전년 대비 15.5% 감소했다.

경남 창원시 진해구 케이조선 전경. /케이조선 제공

대기업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의 수주분 49척, 107만CGT를 제외하면 나머지 중형조선사의 지난해 수주량은 17척, 37만CGT에 그치며 2022년보다 35.7% 감소했다.

한국 중형 조선사는 2016년 전후로 성동조선과 SPP조선이 신조 영업을 중단하면서 DH조선(구 대한조선), 케이조선(구 STX조선), 대선조선 등 3사 체제가 됐다. HJ중공업(097230)(구 한진중공업)이 2020년 이후 중형조선업계에 다시 합류했지만, 대선조선이 지난해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수주 활동 참가 기업의 규모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조선업계에서는 유조선(탱커) 및 벌크선의 신조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한국은 중형 조선사의 부진으로 경쟁국에 물량을 뺏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 과거 중형 탱커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었으나 2016년 이후 신조선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반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영향으로 석유화학제품선, 원유운반선 등을 포함한 중형 탱커의 발주는 크게 늘었다. 지난해 발주 규모는 298척, 652만CGT로 2022년보다 123% 증가했다. LPG(액화석유가스)운반선 등 가스선 역시 41척, 68만CGT가 계약되며 전년대비 118.4% 증가했다.

한국 중형 조선사의 수주가 적은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인력이 부족하고 선수금환급보증(RG) 한도 문제로 수주를 크게 늘릴 수도 없다. 양종서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인력이 없는 상황에서 수주를 많이 하면 나중에 납기를 못 맞춰 지연 배상금을 내야 할 수도 있다. 해외인력 도입, 국내 인력 양성 등 다각도의 해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