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배터리 수요 둔화와 리튬값 하락이 겹치면서 작년에 힘든 시기를 겪은 양극재 업계에 조금씩 청신호가 켜지고 있다. 최근 수출 지표가 반등했고 수익성에 악영향을 끼친 리튬 가격은 안정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15일 관세청 수출입 무역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NCM(니켈·코발트·망간) 양극재 수출액은 4억511만달러(약 5400억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1월(9억3034만달러)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지만, 최저점을 기록한 작년 12월(2억6673만달러)보다는 52%가량 상승한 수치다. NCM 양극재는 국내 배터리 업체가 모두 채용하는 양극재로 에코프로비엠(247540), 포스코퓨처엠(003670), 엘앤에프(066970), LG화학(051910) 등이 주력으로 생산하는 제품군이다.
지난달 NCM 양극재 수출 중량은 1만2478t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월(1만8586t)의 67% 수준으로 최저점이었던 지난해 12월보다는 약 62% 늘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출 지표가 급격히 악화한 이유는 배터리 업황이 둔화하며 주요 고객사가 재고조정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가 예상만큼 팔리지 않자 완성차 업체들부터 배터리 수요를 줄였고, 그 여파가 양극재까지 잇달아 미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1분기부터는 재고 조정이 마무리되면서 양극재 수출 지표가 점차 개선되는 모습이다. 이달 1~10일 양극재 수출 중량(잠정치)은 5645t이다. 이를 한달치로 단순 환산하면 작년 10월 수준까지 회복될 전망이다.
국내 양극재 업체의 추가 수주 소식도 기대된다. 최근 LG화학은 GM과 10년간 25조원 규모의 중장기 양극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두 회사는 구체적인 계약 물량에 대한 내용을 밝히지 않았으나 업계는 공급 물량이 50만t에 달할 것으로 예측한다.
김철중 미래에셋증권(006800) 연구원은 “단기 업황의 급격한 둔화에도 소재 업체들의 ‘선(先) 수주 후(後) 증설’ 기조는 지속되고 있다”며 “올해 상반기 중에도 중장기 공급 계약이 지속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양극재 업계의 수익성을 짓눌렀던 리튬값도 안정화 시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지난 7일 탄산리튬 가격은 ㎏당 88.5위안을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해 12월과 비슷한 수준이다. 탄산리튬 가격은 지난해 12월부터 추가적인 하락 없이 80달러 후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삼원계 양극재에 주로 사용되는 수산화리튬 가격은 최근에도 소폭 하락했으나, 낙폭은 줄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수산화리튬 가격은 지난해 12월 t당 1만6000달러 후반대였으나, 이달 들어 1만3250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다. 수산화리튬 가격은 작년 초 t당 7만달러가 넘었으나, 1년 새 80% 가까이 급락한 바 있다.
주요 업체들도 리튬 가격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POSCO홀딩스(005490)는 “이미 일부 리튬 광산은 문을 닫고 생산을 축소하는 경우가 많아 가격이 최저점에 근접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수산화리튬 가격은 올해 1분기 ㎏당 평균 16달러에서 2분기에는 20달러로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