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 붐이 일면서 전력 소모량이 늘어나 재생에너지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터센터가 대규모 전력을 소모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만큼 재생에너지를 통한 발전이 보편화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14일 에너지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미국 최대 전력업체 넥스트에라(NextEra)는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생성형 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재생에너지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넥스트에라의 재생에너지 신규 건설 계획 9기가와트(GW)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3GW는 AI용 데이터센터향(向)으로 파악됐다.

이회성 무탄소(CF:Carbon Free) 연합 회장이 지난달 29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탄소중립을 위해 모든 무탄소에너지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설명하며 "우리 산업이 탄소중립이라는 더 큰 목표를 최소 비용으로 달성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원전, 수소, 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등 다양한 무탄소 에너지를 최대한 활용하는 포괄적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데이터를 처리, 저장하는 서버 운용뿐 아니라 냉방이나 습도를 유지하는 데도 많은 전력을 쓴다. 데이터센터가 처리해야 할 데이터가 늘수록 전력 소모량이 증가하는 구조인데, 최근 챗GPT 같은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전력 수요는 수십배 이상 늘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은 약 460테라와트시(TWh)다. 이는 전 세계 전력 소비량의 2% 수준이다. 2026년에는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이 일본의 연간 전력 소비량과 맞먹는 1000TWh까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향후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은 대부분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가 충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발전 과정에서 탄소배출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다. 글로벌 AI 사업자 대부분은 RE100을 채택했다.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캠페인이다.

재생에너지와 더불어 원전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재생에너지와 마찬가지로 발전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지 않을 뿐 아니라 기후환경 등 외부 변수에도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민 수용성은 걸림돌이지만 재생에너지보다 발전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에너지업계는 이르면 이달 발표될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4~2038년 적용)에 담길 발전원별 비율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전력(015760)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전년대비 6.65% 증가한 5만6718기가와트시(GWh)로 발전 비중은 9.64%를 차지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원전 발전량은 2.51% 증가한 18만479GWh로 처음으로 18만GWh를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