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003550)그룹 내 배터리·소재 계열사가 다양한 종류의 2차전지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연구개발에 나서고 있다. 향후 도래할 전기차 대중화 시대에 어떤 배터리가 대세가 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다양한 성능과 가격대의 제품군을 미리 확보해 두겠다는 구상이다.
11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최근 미국 애리조나에 있는 사이온 파워(Sion Power)에 지분을 투자하고 리튬메탈배터리 기술 공동 개발에 나섰다. 리튬메탈배터리는 기존 흑연계 음극재를 리튬메탈로 대체해 이론상 단위당 에너지 밀도는 높이고 무게와 부피는 줄일 수 있다.
리튬메탈배터리는 금속을 음극재로 쓰기 때문에 음극 표면에 나뭇가지 형태의 결정체가 쌓여 성능을 저하하는 ‘덴드라이트 현상’이 발생한다. 사이온파워는 덴드라이트 현상을 제어할 수 있는 음극 보호층 관련 특허를 비롯해 470여개의 국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목표다.
또 LG에너지솔루션은 KAIST 공동 연구팀과도 리튬메탈전지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붕산염-피란(borate-pyran) 기반 액체 전해액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기존 전해액은 리튬메탈 음극재와 닿으면 부식 반응이 발생해 수명과 안전성을 위협했지만, 이를 이용하면 부식을 제어할 수 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7년 상용화를 목표로 리튬황 배터리도 개발하고 있다. 리튬황 배터리는 리튬메탈과 황을 각각 음극, 양극 소재로 활용하는 배터리다. 이론상 기존의 리튬이온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4배가량 높고, 무게도 절반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황은 니켈, 코발트, 망간 등 현재 쓰이는 소재보다 풍부해 제조 단가도 낮출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작년 초 서울대학교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리튬황 배터리 소재 개발과 관련한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LG화학(051910)은 전구체를 거치지 않고 양극재를 생산하는 무(無)전구체(cathodes without precursors) 양극재 제조 공법을 개발하고 있다. 전구체는 니켈·코발트·망간 등을 섞은 화합물로, 여기에 리튬을 더하면 양극재가 된다.
현재 거의 모든 전구체 업체는 액체 상태의 황산니켈·황산코발트·황산망간 등을 섞어 금속 이온을 가라앉히는 방식인 공침법으로 전구체를 만든다. 그런데 공침법은 제조 과정에서 강산성·강염기 용액을 사용하기 때문에 오폐수가 다량 발생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공침법의 또 다른 문제는 수율(투입 수에 대한 양품(良品)의 비율)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공침법을 사용하는 경우 전구체 수율은 약 30%다. 이를 양극재로 만드는 과정의 수율은 약 70%다. 결국 원료부터 양극재 생산까지 전 과정을 거치면 수율이 20%에 불과한 셈이다.
LG화학은 전구체 구성 물질에 리튬을 처음부터 첨가해 용해한 뒤 습식 분쇄해 양극재 슬러리(혼합물)를 제조하는 공진법을 연구하고 있다. 공진법을 이용하면 전구체를 따로 거치지 않아도 돼 수율이 70%에 달한다. 이론상 3배 이상의 수율을 확보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LG화학은 LFP 양극재 외에도 망간을 더해 용량과 출력을 높인 리튬망간인산철(LMFP) 양극재를 개발 중이다. LMFP는 LFP 양극재처럼 비교적 저렴한 가격은 유지하면서 삼원계(NCM) 양극재와 비슷한 에너지 용량을 구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LG화학은 LFP·LMFP 분야 인재 영입을 위해 최근 경력사원을 채용하는 등 연구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LG화학은 중국 화유그룹과 함께 모로코에 LFP 양극재 합작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데, LFP 기술력을 기반으로 향후 LMFP까지 제품군을 넓힌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