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럽연합(EU) 등 선진국 규제 당국이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 등에서 채굴·생산·제조된 모든 제품을 일단 강제노동 생산품으로 추정해 수입을 금지하거나, 금지할 계획이다. 이에 한국 수출 기업들은 원료·중간재·부품 등 전 공급망을 상세하게 도식화하고 관련 리스크를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8일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이날 발간한 ‘글로벌 공급망에 켜진 또 다른 경고등 - 강제 노동 규제 동향과 우리 기업 대응방안’ 보고서를 통해 미국 위구르강제노동금지법(Uyghur Forced Labor Prevention Act, UFLPA)으로 촉발된 강제 노동 생산품에 대한 무역 제재가 대폭 강화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UFLPA에 따라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에서 채굴·생산·제조된 모든 제품을 일단 강제노동 생산품으로 추정해 수입을 금지하고 있으며, 중국산 원료나 소재·부품을 사용한 제3국산 제품까지도 광범위하게 제재하고 있다.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에 따르면 2022년 6월 UFLPA 시행 이후 22억500만 달러(누적 기준)에 달하는 수입품이 강제노동 생산품으로 의심되어 통관이 보류되었으나, 통관 보류 대상 수입품 중 최종 선적지가 중국인 비중은 13%에 불과했다.
당초 UFLPA 적용 우선순위 품목으로 면화‧토마토‧폴리실리콘이 지정되었으나 현재는 전기차 배터리, 알루미늄 등 자동차 부품과 산업용 원부자재까지 제재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보고서는 EU도 UFLPA와 유사한 ‘강제노동 결부 상품 수입 금지 규칙’에 대한 입법을 올해 초 완료해 강제노동 규제를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지난해 12월 집행위-이사회-의회 삼자 합의가 타결되어 발효를 앞두고 있는 EU의 공급망실사지침에서도 강제노동을 실사 대상으로 포함한 것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U의 ‘강제노동 결부 상품 수입 금지 규칙’은 미국의 UFLPA와 달리 전 지역에 걸쳐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으며, 특히 동남아시아산 제품에 대한 제재가 증가할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보고서는 공급망 내 강제노동 리스크를 관리하는 기업은 강제노동 위험이 낮은 제품에 대한 수요 확대 및 가격 프리미엄 등으로 인한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태양광 폴리실리콘이 대표적인 사례로, 인플레이션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의 영향으로 미국 내 태양광 설비 신규 설치량이 급증하는 가운데 UFLPA에 근거해 중국산 폴리실리콘이 사용된 태양광 셀, 모듈의 수입이 제한되자 비(非) 중국산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한국 OCI, 독일 바커(Wacker), 미국 헴록(Hemlock) 등이 수혜를 입었다.
한아름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미국이나 EU로 수출하는 기업은 협력사와의 공조해 원료·중간재·부품 등 전 공급망을 상세하게 도식화(Mapping)해 강제노동 및 중국 신장위구르 지역 관련 리스크를 점검해야 한다”며 “기업 자체적인 정책 수립이나 관리 시스템 구축이 어려운 경우 ‘책임감 있는 산업 연합(RBA, Responsible Business Alliance)’ 등 산업별 이니셔티브에서 제공하는 가이드라인이나 관리 도구를 활용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