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051910)이 생산거점으로 주목한 모로코에 한국, 중국 배터리 기업 투자가 몰리고 있다. 모로코는 배터리 원재료로 쓰이는 핵심 광물 자원이 풍부하고 미국, 유럽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이기 때문이다. 전기차 전환 속도가 빨라지는 가운데 글로벌 완성차 공장이 꾸준히 들어선다는 점도 모로코의 지리적 이점으로 꼽힌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음극재 시장 1위 기업인 중국 BTR(베이터뤼)은 최근 모로코에 5억달러(한화 약 6687억원)를 투자해 음극재 생산공장을 짓는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BTR은 중국 바오안그룹의 배터리 소재 부문 자회사로 테슬라를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다. 지난 2022년 기준 BTR의 음극재 시장 점유율은 26%로 2013년부터 1위를 차지하고 있다.

LG화학과 중국 화유그룹이 지난해 9월 모로코 LFP 양극재 합작공장 설립 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LG화학 제공

모로코에 투자한 중국 배터리 관련 기업은 BTR뿐이 아니다. 중국 소재사 톈치머티리얼즈는 지난해 6월 배터리 소재 생산을 위해 모로코에 2억6000만달러(약 3600억원)를 투자했다. 독일 폭스바겐이 최대주주로 있는 중국 4대 배터리 기업 궈쉬안은 최대 63억달러(약 8조원) 규모의 투자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국내에서는 LG화학이 중국 화유그룹과 손잡고 모로코에 2026년 양산을 목표로 연산 5만톤(t) 규모의 LFP(리튬인산철) 양극재 합작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이달 초 석유화학업계 신년인사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모로코는 FTA 체결국이고, 인산이 풍부하기 때문에 LFP 계열은 (생산하기에) 최적”이라고 말했다.

모로코를 포함한 아프리카 대륙은 리튬, 니켈, 흑연 등 세계 광물의 30% 이상이 매장돼 있다. LFP 배터리에 들어가는 인산의 핵심 원재료는 인광석인데, 전 세계 매장량의 75%가 모로코에 있다. 모로코는 미국, 유럽연합(EU)과 FTA를 체결해 이곳에서 생산한 양극재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FTA), EU 핵심원자재법(CRMA)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모로코 자동차 생산대수 추이. /모로코자동차산업협회 제공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중국 리튬화합물 제조업체 야화와 모로코에서 수산화리튬 생산 협력에 나섰다. 수산화리튬은 니켈과 합성이 쉬워 고성능을 요구하는 하이니켈 고용량 배터리 원료로 쓰인다. LG화학은 화유그룹 계열사인 화유코발트와 리튬 정광에서 양극재 생산에 필요한 수산화리튬, 탄산리튬을 추출하는 ‘리튬 컨버전(개조) 플랜트 사업’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모로코는 아프리카 최대 자동차 생산지로, 2025년까지 연간 자동차 생산량을 100만대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지난 2022년 한 해 생산량은 약 50만대였다. 아프리카 최대 컨테이너 항만이 있는 해운 허브라는 점을 활용해 정부 차원에서 투자 유치에 힘을 쏟은 결과 르노, PSA, 스텔란티스 등 완성차 기업이 현지에서 공장을 운영 중이다.

미국은 한국과 모로코를 통해 우회 투자에 나선 중국 배터리 기업을 주시하는 분위기다. 미국은 중국 기업이 우회 투자로 IRA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감시 중이다. 지난해 9월 포드는 중국 배터리 기업 CATL과의 미시간주 합작 공장 설립을 돌연 중단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배경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포드는 지난해 2월 합작 계획 발표 이후 공화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의 압박을 받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