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 넷플릭스는 최근 월드레슬링엔터테인먼트(WWE)와 50억달러(약 6조7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WWE의 인기 프로그램인 ‘로(RAW)’를 2025년 1월부터 10년간 독점 중계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투자에 나선 것이다. 현재 프로그램을 독점 중계하는 NBC유니버설 산하 USA네트워크가 5년에 13억달러를 지불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배 가까운 돈을 투자하는 셈이다. 이번 계약은 넷플릭스가 스포츠 중계 분야에서 맺은 계약 중 최대 규모다. RAW를 시청하는 미국인은 평균 약 200만명에 달한다.

WWE의 인기 프로그램 '로'. 넷플릭스는 2025년 1월부터 이를 독점 중계하기로 했다. /AP 연합뉴스
WWE의 인기 프로그램 '로'. 넷플릭스는 2025년 1월부터 이를 독점 중계하기로 했다. /AP 연합뉴스

김조한 뉴아이디 상무는 “넷플릭스가 실패하지 않는 ‘실시간 콘텐츠’를 확보하게 됐다. 실시간 콘텐츠가 늘어날수록 오리지널(자체 제작) 콘텐츠 투자는 조금씩 줄어들고, 투자 대비 성공 확률은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넷플릭스는 실적 발표에서 “RAW 투자는 연간 170억달러인 콘텐츠 지출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내·외 다른 OTT 업체들도 스포츠 중계권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CJ ENM(035760)의 OTT 티빙은 지난 8일 프로야구 온라인(유무선) 중계권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2026년까지 3년간 1200억원 정도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까지 프로야구를 중계한 네이버(NAVER(035420)) 컨소시엄(연간 220억원)을 따돌리기 위해 두 배 가까운 베팅에 나섰다.

그래픽=정서희
그래픽=정서희

티빙의 과감한 투자는 후발업체인 쿠팡플레이가 축구, 농구, 배구, 테니스. F1(포뮬러1) 등의 스포츠를 내세워 고정 팬층을 대거 유입한 것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쿠팡플레이의 월간 사용자 수는 665만명으로 넷플릭스(1164만명)의 뒤를 잇고 있다. 티빙(522만명)은 쿠팡플레이에 뒤졌다.

티빙이 또 다른 OTT인 웨이브와의 합병을 준비 중인 만큼 킬러(핵심)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라는 해석도 나온다. 프로야구는 국내 스포츠 중 팬층이 가장 두텁기 때문에 돋보일 만한 콘텐츠로 제격이라는 것이다.

애플TV 플러스는 지난해 리오넬 메시가 이적한 미 프로축구(MLS)를 독점 중계하기 위해 연간 2억5000만달러(약 3300억원)를 투자했다. 유튜브는 구독료를 받고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전 경기 시청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현지 최고 인기 스포츠인 미국 프로풋볼리그(NFL) 일요일 경기 중계권도 획득하기 위해 7년간 매년 평균 20억달러(약 2조6700억원)를 내는 계약을 맺기도 했다.

프로레슬링, 야구, 축구 같은 인기 콘텐츠를 보유한 것이 가입자 유치의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OTT 업체의 투자는 지속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가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는 방송국과 같은 길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