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가격 인하에 나서면서 국내 배터리 산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1, 2위 배터리 기업인 중국 CATL, BYD(비야디)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앞세워 제품 가격을 대폭 낮추고 있다. 중국 업체가 저가 공세를 펼치면서 이미 점유율에서 밀리는 한국산 배터리의 입지가 더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전기차 리튬이온 배터리 셀 가격은 1와트시(Wh)당 0.45위안(약 84원)으로 전월 대비 약 10% 하락했다. CATL과 BYD의 각형 LFP 배터리 셀 가격은 지난해 초 0.8~0.9위안에서 8월 0.6위안으로 떨어졌고 최근에는 0.5위안을 밑돌고 있다.
CATL은 올해 안에 각형 LFP 배터리 셀을 Wh당 0.4위안 이하에 공급하기로 전기차 업체들과 합의했다. 셀 팩 가격인 킬로와트시(㎾h)로 환산하면 75달러(약 10만원) 수준이다. 배터리는 조립 단위에 따라 셀, 모듈, 팩으로 나뉜다. 여러 개 셀을 하나의 프레임에 넣은 것이 모듈, 모듈을 묶어 제어 및 냉각 시스템을 장착시킨 것이 팩이다. 통상 셀은 팩 가격의 약 80%다.
시장조사업체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P)는 올해 글로벌 배터리 팩 평균 가격을 ㎾h당 133달러로 전망했다. 지난해 배터리 팩 평균 가격은 전년대비 14% 하락한 139달러로 추산됐다. CATL을 비롯한 중국 배터리 기업들은 글로벌 평균 가격의 56% 수준으로 제품을 공급한다는 의미다.
전기차 업체들이 가격 인하를 추진하면서 배터리 기업은 단가 인하 압박을 받고 있다. CATL, BYD는 지난해부터 배터리 소재 부품을 조달할 때 경쟁입찰을 진행하고 내부적으로 원가 절감에 나서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기준 CATL과 BYD의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각각 37.4%, 15.7%로 1, 2위였다.
배터리는 전기차 생산 원가의 약 40%를 차지한다. 전기차 가격 경쟁이 심화할수록 배터리 업계도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1, 2위인 BYD와 테슬라가 불붙인 가격 경쟁은 완성차 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전망이다. 테슬라는 중국에 이어 유럽에서 판매하는 일부 모델 가격을 8~9% 낮췄고, BYD는 독일에서 전기차 가격을 최대 15%까지 인하했다.